장애·비장애 작가들 단짝 이뤄 ‘포용예술’ 펼친다

권기정 기자

부산문화재단, 작년 2명씩 4팀 선발 ‘창작공간 두구’ 개관

차별·불평등에 예술로 접근…작가들 “알 깨고 나온 기분”

지난 16일 부산 금정구 두구동 스포원파크 내 ‘창작공간 두구’에서 입주작가들이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지난 16일 부산 금정구 두구동 스포원파크 내 ‘창작공간 두구’에서 입주작가들이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단순 협업을 뛰어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차별을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16일 부산 금정구 두구동 스포원파크 내 ‘창작공간 두구’. 장애인 미술가와 비장애인 미술가들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장애·비장애 작가들은 1명씩 한 팀을 이뤄 팀별로 스포원파크를 산책하거나 휠체어 장애물 놀이를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스포원파크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조성한 종합레포츠시설이다. 부산문화재단은 공간을 찾다가 스포원파크 경륜장 건물 내 유휴 공간에 주목했다. 넓은 부지(29만㎡)에 체육시설뿐 아니라 광장과 숲이 조성돼 있고, 도시철도가 연결돼 장애인 접근성도 좋았다.

매일같이 출퇴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미술 분야 작가를 선발키로 했다. 부산에 살고, 문화예술기관·단체 활동 경험이 없는 작가로 한정했다. 학교·종교기관에 소속된 작가도 배제했다. 신청자마다 10점 이상 포트폴리오를 받아 지난해 12월21일 장애인 작가 4명과 비장애인 작가 4명을 입주작가로 최종 선발하고 ‘창작공간 두구’의 문을 열었다.

이들은 ‘포용예술’을 목표로 정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모든 예술가의 경험과 시각을 존중하고,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에 예술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포용예술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조정윤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본부장은 “신체적 장애로 인한 창작의 어려움을 없애고, 예술적 수월성을 높이는 것이 ‘창작공간 두구’의 1단계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창작의 제한이 사라지면 ‘비장애인은 멘토, 장애인은 멘티’라는 등식이 없어지고 차별도 사라진다”고 했다.

입주작가들은 처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김은지(34)·심승보(29) 작가는 “우선 함께 있는 시간, 협업하는 장면부터 영상에 남겼다”고 말했다. 시간이 필요했다. 이은혜(42)·임이정(27) 작가는 “자주 만나 산책하기 등 익숙한 행동을 반복하면서 친밀감을 형성했고, 나무와 나뭇잎 등 같은 질감의 사물을 보면서 공통의 색을 추출하고 추상회화 작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자폐장애가 있는 황성제 작가(25)는 상상 속의 친구들을 로봇으로 표현한다. 로봇만이 친구였고, 로봇이 세상의 전부였다. 입주작가가 된 뒤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황 작가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살다가 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작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됐다”며 “알을 깨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황 작가와 협업하는 오정민 작가(35)는 장애인 재활운동 보조 도우미를 하는 부모의 영향을 받았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경험을 쌓고 싶어 입주작가에 지원했다는 오 작가는 “직업예술가, 디자이너의 삶도 좋지만 부산의 ‘차별 없는 공동체 실현’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입주작가 8명은 지난해 12월 말 ‘오픈코드 B’라는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장에 내건 작품엔 장애 유무를 표시하지 않았다. 장애와 비장애의 차별을 없앤 것이다.

입주작가에게 입주 기한이나 창작 건수 제한은 없다. 부산문화재단은 ‘미술’로 한정된 범위를 넓혀 무용,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비장애 예술인의 입주·협업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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