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앙어울림시장 노란 ‘위험’ 표지, 손님 발길 ‘뚝뚝’

글·사진 이삭 기자

하루아침에 터전 잃은 시장 상인들

22일 충북 충주시 성서동 중앙어울림시장에 시설물의 위험을 알리는 충주시의 알림판이 설치돼 있다.

22일 충북 충주시 성서동 중앙어울림시장에 시설물의 위험을 알리는 충주시의 알림판이 설치돼 있다.

충주시, 안전진단 E등급 판정에 “8월까지 퇴거” 일방 통보
“30년 넘게 장사했는데”…상인들 집단 이주 등 대안 요구
작년 안전점검 C등급 받고 보수공사도…자체 진단도 추진

“대를 이어 30년 넘게 운영하던 곳인데 하루아침에 나가라고 하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22일 충북 충주시 성서동 중앙어울림시장에서 만난 A씨(43)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충주시가 최근 이 시장에 대해 사용금지 처분을 내려 자신이 운영하는 분식집을 비워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시장에서 대를 이어 30년 넘게 분식집을 꾸려왔다.

이날 시장 곳곳에는 시가 설치한 위험시설물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5월2일부터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도 붙었다. 시장 외부에는 충주시 처분에 반발하는 상인들의 호소문이 걸려 있었다.

중앙어울림시장은 연면적 4721㎡(약 1428평), 2층 규모로 1969년 지어졌다. 건축 당시 상인들이 사업비 70%를 부담했다. 이후 상인들은 공설시장으로 등록하기 위해 이 시설을 충주시에 기부채납했다. 현재 시장에는 58개 점포, 상인 80여명이 영업 중이다. 이 시장에 사용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은 지난 2일이다. 충주시는 이 시장이 올해 상반기 진행한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인 E등급 판정을 받자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이 같은 처분을 했다. 또 상인들에게 오는 8월까지 ‘점포를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대책도 없이 한순간에 생계를 잃게 된 상인들은 충주시 처분에 반발하며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가 설치한 위험시설물 안내판과 안내문 등으로 고객들 발길이 끊겼다. 중앙어울림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손님이 줄어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에는 교복점, 옷가게와 수선집, 명찰집 등이 몰려 있다. 수십년간 학생들이 이곳에서 교복을 사고 명찰을 달면서 상권이 형성됐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시어머니 가게를 물려받아 22년째 옷가게를 운영 중인 B씨(60)는 “상인들 대부분 어려운 처지여서 새로 가게를 구한다고 해도 임차료 등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경모 중앙어울림시장 상인회장은 “상권 특성상 상인들은 집단이주를 원하고 있다. 영세 상인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측은 충주시가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퇴거 명령을 내린 것도 문제지만 시가 진행한 정밀안전진단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시행한 정기안전점검에서 ‘보통’에 해당하는 C등급을 받았고, 상인들은 수천만원을 들여 보수공사도 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업체는 한국시설안전협회에 등록된 안전진단 전문기관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시장은 상인들끼리 돈을 모아 자체적으로 업체를 선정해 정밀안전진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충주시는 상인들이 퇴거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한 점포당 30만원씩이다. 퇴거 명령을 세 차례 거부하면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된다.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자 충주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조례를 만들어 이주비와 임차료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충주시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을 한 차례 더 한 뒤 결과에 따라 대처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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