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 끊은 정부…어민 밥줄 ‘뚝’

강정의 기자

구획어업선 ‘낚시업 금지’

충남 보령지역 구획어업 어민들이 낚시관리법 개정에 반발해 지난해 2월 대천해수욕장 앞바다에서 해상 집회를 하고 있다. 충남 구획어업 낚시어선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충남 보령지역 구획어업 어민들이 낚시관리법 개정에 반발해 지난해 2월 대천해수욕장 앞바다에서 해상 집회를 하고 있다. 충남 구획어업 낚시어선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정해진 구역서 그물로 어업…충남에 전국 80% 몰려
행정심판위 “생계 위해서 낚시필증 발급” 임시처분
5월7일 이후 보장 끝나…어민들 “정부, 대책 마련을”

갯벌로 유명한 충남 보령에선 상당수 어민들이 구획어업선을 운영한다. ‘구획어업선’은 정해진 구역에서 그물을 쳐 물고기 등을 잡는 어선을 말하지만 어민들은 사실상 배에 낚시꾼들을 태워 수익을 얻는 ‘낚싯배’ 영업으로 생계를 꾸린다. 그러나 관련법 개정으로 지난달부터 구획어업선의 낚시 영업이 전면 금지되자 어민들은 생계 위협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충남 구획어업 낚시어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구획어업선에도 낚시 신고필증을 발급해줘야 한다”며 충남도에 행정심판을, 법원에는 행정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이후 충남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청구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생계를 위해 구획어업선에도 낚시필증을 발급해야 한다”며 임시처분을 내렸고, 구획어업선들의 낚시업은 오는 5월7일까지 최대 90일간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어민들은 임시처분이 근본 대책이 아니라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어족자원 보호와 어선의 전복 사고 등 안전을 위해 정부가 구획어업선의 낚시를 제한한 낚시관리법 개정안을 2019년 2월부터 시행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개정안은 어업허가선이 아닌 관리선에 대해 낚시업을 금지시켰다.

물고기 등을 잡는 어업허가선과 달리 관리선은 양식장에 사료나 자재 등을 실어나르는 배를 말한다. 구획어업선은 관리선으로 지정돼 있다. 다만 정부는 개정안 시행 전 낚시업 신고를 한 경우는 향후 5년(2024년 2월7일)까지 법 적용을 유예했다.

이 유예기간이 지난달 끝나면서 지역 어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충남도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국의 구획어업선은 200여척으로 이 중 충남에 80%가 넘는 172척이 집중돼 있다. 특히 보령에만 147척이 등록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시 허가를 받긴 했지만 어민들은 올봄 낚시 예약이 뚝 끊겼다며 울상이다. 또 과거 정책자금과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낚싯배와 면허증을 구매했던 만큼 낚시 영업이 막히면 파산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호소했다.

60대 어민 이모씨의 경우 평년과 비교해 낚시 예약률이 이미 60~70%가량 줄었다고 했다. 그는 “전체 수입원의 90%가 9~11월 주꾸미·갑오징어 낚시업으로, 예약을 3~5월에 미리 받고 30~40%를 선비로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며 “하지만 올해는 손님들이 낚시 예약을 하지 않고 있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구획어업선은 어업허가, 허가정수 등 관련법의 요건을 따라야 하는 사실상 허가어선인데도 이를 관리선으로 지정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022년 “구획어업선이 관리선으로 자동 지정됐다 하더라도 동시에 어업 허가를 얻은 어선으로 볼 수 있으므로 낚시어선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희중 충남 구획어업 어민 비대위 총괄위원장은 “정부는 향후 구획어업선을 관리선이 아닌 어업허가선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구획어업선은 낚시업 특성상 많은 사람이 배에 타고 바다 멀리까지 나가기 때문에 인명피해 등의 위험이 커 법을 개정하게 됐고 유예기간도 충분히 뒀다”며 “지자체에서 어민들을 구제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다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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