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내세운 대구마라톤…생수 페트병 5만개로 ‘먹칠’

백경열 기자
‘2023 대구 국제 마라톤대회’가 열린 지난 2일 오전 마스터스 하프코스 길가에 플라스틱 생수병 등이 버려져 있다. 독자 제공

‘2023 대구 국제 마라톤대회’가 열린 지난 2일 오전 마스터스 하프코스 길가에 플라스틱 생수병 등이 버려져 있다. 독자 제공

친환경을 앞세워 4년 만에 대면행사로 열린 ‘2023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 생수 페트병이 대거 등장했다. 교통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운영상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

3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지역 한 생수업체로부터 500㎖짜리 생수 페트병 5만개를 협찬받았다. 이를 국내외 선수가 출전하는 마스터즈 하프 및 10㎞ 코스 곳곳에 비치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달리면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통상 물이나 이온음료를 종이컵에 소량씩 담아 준비한다. 하지만 이날은 수백개의 플라스틱 생수통이 급수대에 올라 지급됐다.

하프코스에 출전한 동호인들은 첫번째 급수대인 수성구 황금네거리 인근 5㎞ 지점부터 곤혹스러워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생수병을 열고 물을 한두 모금 마시고는 길가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1차례(5㎞) 급수가 이뤄진 10㎞ 코스에서는 생수가 종이컵에 담겨 배급됐다.

국내 각종 마라톤대회에 10여차례 나갔다는 한 직장인은 “생수병째로 급수대에 놓인 건 이번에 처음 봤다”면서 “마시기도 힘들고 낭비도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달리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저탄소 운동에 동참하는 ‘친환경 대회’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기념 티셔츠를 나눠주고 종이로 만든 응원도구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대구시는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행사 당일 급수대 주변에는 플라스틱 생수병이 나뒹굴었다. 차량과 행인의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회 참가자와 통제를 뚫고 길을 건너던 행인이 부딪칠 뻔한 아찔한 장면도 여럿 확인됐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2일 대회가 끝난 후 “상금을 대폭 올려 우수한 선수를 더 많이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문제가 된 부분들을 살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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