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 부산시와 ‘물 공급’ 협약…뿔난 주민들 “동의 안 해”

김정훈 기자

환경부 ‘낙동강 맑은 물 공급 사업’ 취수원에 의령 추가

지하수 수위 하강 땐 농사 타격 우려…“군수 사퇴하라”

군, 반발 여론에 상생협약 철회 여부 금주 내 밝히기로

경남 의령군 낙서면 낙동강취수반대 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의령군청 앞에서 취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경남 의령군 낙서면 낙동강취수반대 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의령군청 앞에서 취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환경부가 부산시의 30년 숙원사업인 낙동강 맑은 물 공급 사업에 당초 계획에 없었던 경남 의령군까지 포함시키자 군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주민들은 의령군이 일방적으로 부산 물 공급을 강행하고 부산시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며 군수의 사퇴를 요구했다. 의령군은 이번주 내 협약 철회 여부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의령군 관계자는 “농산물 구매 등 연간 200억원 규모의 피해 대책 차원에서 부산시와 상생협약을 하게 됐다”며 “오는 26일까지 상생협약 철회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23일 말했다.

앞서 부산시와 의령군은 지난 12일 의령군청에서 환경부가 추진하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 구축에 협력한다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태완 의령군수가 참석해 농업 피해 예방과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협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취수지역인 의령군 낙서면·지정면 주민들은 주민과 군의회 모르게 상생협약을 추진한 의령군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주민 박모씨(70)는 “군수가 의령을 부산에 팔아먹은 것 아니냐”며 “평생 이곳에 산 농민들은 떠나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규찬 군의회 의장은 “협약 당일까지 의원들 아무도 몰랐다”며 “주민 동의 없는 협약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많은 강변여과수를 부산에 주면 낙동강 지하수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고갈되면서 농사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은 부산시의 30년 숙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1991년 페놀 사태 이후 부산과 동부 경남 주민의 먹는 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환경부와 부산시가 여러 차례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경남도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사업은 2021년 환경부가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체화됐다. 당시 합천)·창녕 지역에서 하루 90만t의 물을 취수해 부산과 동부 경남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이 사업을 심의·의결하면서 착공 전인 2026년까지 주민 동의를 구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환경부는 추진 과정에서 합천·창녕 지역의 반대로 취수원의 다변화를 꾀하게 됐다. 합천·창녕의 취수량은 줄이고, 대신 의령을 취수원에 새로 포함했다. 취수원도 2개 지역, 4개 지점(합천 1·창녕 3곳)에서 3개 지역, 10개 지점(합천 1·창녕 6·의령 3곳)으로 늘렸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1년간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지난 3월 의령 주민설명회도 했다. 합천·창녕 주민에게는 공식 설명회를 하지 않았다.

의령군 낙서면 낙동강취수반대 대책위원회는 “환경부와 의령군의 설명회는 일방적 통보 수준이었다”며 “강변여과수 개발을 강행하는 의령군수와 환경부 장관은 사퇴하고, 부산시장은 각성하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지난 22일 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군수와 면담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인 만큼, 계속해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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