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정마을 ‘34억 구상권 철회’ 의미
정부가 12일 국무회의에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구상권 소송 철회를 결정했다. 민·군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해군이 지난해 3월 제주기지 공사 지연 손해 등을 이유로 강정마을 주민 116명과 5개 단체를 대상으로 34억5000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은 더 깊어지던 터였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해군기지를 둘러싼 민·군 갈등을 해소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주민들로부터 34억5000만원을 받는 것보다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구상권 철회가 강정마을을 둘러싼 갈등이 누그러지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 것이다.
청와대 의지도 반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가 구상권을 철회한 만큼 다음 수순은 제주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벌이다 사법처리된 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사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사회적 요구도 고려됐다.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165명이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 결의안’을 채택했고, 지난 6월에는 제주도지사·지역사회 87개 단체가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건의문’을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해군기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정부 관계자는 “민군복합항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과의 협조와 유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구상권 철회가 당장 제주기지 반대시위 중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구상권 청구로 인한 감정싸움 등 첨예한 갈등은 가라앉겠지만 제주기지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또 제주기지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비용 275억원을 정부가 방위력개선비에서 충당한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보수야당이 문제 삼을 수 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둘러싼 정부와 주민들의 갈등은 10년간 지속됐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자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환경파괴와 절차적 정당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지 건설을 강행하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불거졌다. 현재까지 기지 건설 반대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연행된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는 약 700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