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단순 돌봄 대상 아닌 행복 원하는 주체적 존재” 노인인권지도 제작 ‘눈길’

박미라 기자

“노인을 위한 사회복지는 중요하지만 그들을 단순히 보살핌의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안됩니다. 노인들 역시 행복을 추구하는 주체적 삶을 누려야하는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내 밥은 내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먹어야 하는 것처럼 그들을 사회참여의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지난해 제주에서 처음으로 마을 노인인권지도를 제작한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52)는 28일 노인 인권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은 지난해 제주시 삼도1동과 삼도2동 주민센터, 주민자치위원회, 정민구 도의원 등과 함께 노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은 마을 노인인권지도를 만들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담은 각종 정보와 지도는 넘쳐 나지만 노인을 위한 지도는 없다는 점에서 이를 기획했다.

신씨는 “구도심인 삼도동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며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관련 시설과 정보 등을 담은 지도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모두가 인권을 이야기하는데 어르신을 위한 인권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노인인권마을을 만들어보자는 고민이 있었고 지도는 작지만 의미있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삼도1동 노인인권지도 겉표지와 속지 일부. 지도에는 지역 지도 뿐만 아니라 노인인권 유엔원칙과 노인들에게 필요한 각종 시설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기재돼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제공

제주시 삼도1동 노인인권지도 겉표지와 속지 일부. 지도에는 지역 지도 뿐만 아니라 노인인권 유엔원칙과 노인들에게 필요한 각종 시설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기재돼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제공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가 제주시 삼도1동 노인인권지도 만들기를 위해 참여한 인권 옹호자 그룹과 함께  토론을 하고 있다. 제주시 삼도1동 주민센터 제공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상임활동가가 제주시 삼도1동 노인인권지도 만들기를 위해 참여한 인권 옹호자 그룹과 함께 토론을 하고 있다. 제주시 삼도1동 주민센터 제공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상임활동가. 신강협씨 제공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상임활동가. 신강협씨 제공

제주시 삼도2동 노인인권지도 겉표지와 속지 일부. 지도에는 지역 안내 뿐만 아니라 노인인권 유엔원칙과 노인들에게 필요한 각종 시설 등에 대한 설명이 기재돼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제공

제주시 삼도2동 노인인권지도 겉표지와 속지 일부. 지도에는 지역 안내 뿐만 아니라 노인인권 유엔원칙과 노인들에게 필요한 각종 시설 등에 대한 설명이 기재돼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제공

노인인권지도는 지난해 주민센터로부터 추천받은 어르신들, 주민자치위원 등 50~70대 6명의 자문위원단으로 구성된 ‘노인인권 옹호자 그룹’ 2개팀과 함께 만들었다. 1991년 유엔(UN)총회에서 채택된 노인을 위한 유엔원칙을 바탕으로 했다. 노인 유엔원칙은 독립과 참여, 돌봄, 자아실현, 존엄이라는 5개군, 18개항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자아실현’은 노인들 역시 신체적인 연령과 상관없이 그들의 잠재력을 발전시키고 각종 교육문화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인권지도는 유엔원칙 내용에 기반해 삼도동 노인들의 ‘자아실현’에 도움을 줄 마을 내 도서관과 같은 교육문화시설, 경로당에서 운영하는 문화프로그램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독립’적인 삶에 도움을 노인시설과 일자리 제공 시설, 노인 스스로 건강을 돌보는데 도움이 될 산책로와 체육시설, 공원 정보를 담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봉사프로그램, 평소 알고 있어야 할 은행과 병의원과 같은 각종 생활정보를 넣었다. 무엇보다 제주의 고령화 현황과 노인인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았다.

신씨는 “인권 옹호자 그룹 참여자 모두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채 참여했다가 교육과 제작 과정을 거치면서 ‘노인인권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삼도2동 인권옹호자 그룹에 참여했던 김지후씨는 “노인과 젊은 세대의 소통과 함께하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노인인권교육을 받으면서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마을 2곳만을 대상으로 지도를 제작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다. 신씨는 “동네 지역단위로 지도를 제작하다 보니 담을 수 있는 내용이 한정적이었고 시설도 다양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르신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조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노인인권의 개념을 알렸고, 이후 이 지도가 주민센터 등에 비치되면서 노인인권 홍보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있는 성과다. 신씨는 “노인인권을 사업형태로 추진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인 것 같다”며 “강의를 통해 노인인권을 계속 알리는 한편 향후 노인인권 실태조사를 해보는 것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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