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신자유주의 제주국제자유도시 궤도수정, 성장결실 도민에게”

박미라 기자

제주도지사 당선인 인터뷰…“제주서 민주당 승리, 중앙정치 갇히지 않는 도민 선택”

“영리병원 원칙적 반대, 공공의료 확충…4·3 추가진상규명, 정명찾기 과제 여전”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추진 인센티브 방식 환경보전…제주형기초지자체 2026년 도입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지난 13일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지역 현안과 주요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미라 기자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지난 13일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지역 현안과 주요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미라 기자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난 6·1 지방선거. 하지만 제주도는 달랐다. 국회의원 출신인 오영훈 당선인(53)이 낙승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20년 만에 제주도청에 깃발을 꽂았다. 광역의회 역시 의석(지역구+비례대표) 40석 중 27석을 차지해 민주당이 다수당의 자리를 지켰다. 선거 막바지 ‘김포공항 이전 공약’ 논란도 오영훈 당선인에게는 큰 타격이 되지 않았다.

지난 13일 제주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오 당선인은 “제주는 중앙 정치권, 여의도의 선거 프레임에 갇히지 않았다”라며 “오직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판단한 도민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연임으로 2014년 이후 8년 만에 도지사직 인수위가 구성된 자리에서 오 당선인은 제주와 도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천하는 실용주의’로 변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었다. ‘실천적 실용주의’의 의미를 묻는 말에 그는 “행정은 도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자리인데 이전에는 정치색, 정당색이 많았던 것 같다”라며 “정치색을 빼고 실용주의를 정책에 입힐 예정”이라고 했다.

오 당선인은 “도민 이익을 중심에 놓고, 기준을 명확히 세우며 속도가 뒷받침돼 성과를 내는 실용주의를 선보이겠다”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자리 몇만 개 창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민의 실제 소득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좋은 기업을 유치했을 때 도민 이익, 지역 경제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의 인구는 70만 명이지만 관광객을 감안하면 실제 체류 인구는 80~82만 명까지 뛰어오르고, 한달살이 등을 감안하면 90만 명까지 금방 왔다 갔다 한다”며 “하지만 현재의 데이터는 제주의 인구만을 기준으로 해 정확한 정책 수립, 비용 산출에 한계를 지녔다. 현실에 맞는 데이터를 구축해 정책에 설득력을 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국제자유도시, 영리병원, 4·3’ 입장은?

제주특별법 1조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추진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은 양적 성장을 끌어냈으나 난개발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제주에서는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 비전을 폐기하고 사회를 대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 당선인은 “이제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대한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국제자유도시(International Free City)는 전 세계적으로 사전에도 없는 개념이지만 우리가 만들어 법적 용어가 됐다”며 “모든 규제를 없애고 무조건적으로 교류하자는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강자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인구와 자원이 한정된 제주도에 국제자유도시 개념을 강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당선인은 “외자 유치와 이를 통한 대규모 관광 개발에 중점을 둔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 전략에 힘입어 관광산업이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성장 결실이 도민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민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오 당선인은 전국적으로 논란이 되는 제주의 영리병원 정책에 대해서는 “영리병원은 의료 공공성 훼손 논란이 큰 만큼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주특별법 제307조 등 영리병원 관련 조항인 의료기관 개설 특례 조항을 폐지하고, 공공 의료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오 당선인은 특히 “제주의 의료복지를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와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현재 제주에서 추진 중인 민관협력 의원제도를 확대해 공공 민간 의료시설을 확충하겠다”라고 밝혔다. 제주는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 추진으로 인해 영리병원 찬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태다.

오 당선인은 국회의원 시절 4·3희생자 배보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4·3특별법 개정을 이뤄냈다. 오 당선인은 제주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국회 내 4·3 특별위원회 구성 청원 운동을 하며 오랜 기간 4·3진상규명 운동에 참여해왔다. 오 당선인 역시 개인적으로도 4·3의 아픔을 안고 있다. 그의 증조부와 할아버지는 4·3 당시 한꺼번에 희생됐다. 그는 “4·3의 상처를 지닌 할머니의 손에 컸다”며 “대학생 때부터 재선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4·3 진실규명과 정의로운 해결에 매진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오 당선인은 “4·3희생자 보상금 지급에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챙기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3의 추가진상규명 등을 통해 4·3의 정명(正名)을 찾고 해방 정국에 남한을 통치한 미군정에 대한 4·3책임 규명을 추진할 것”이라며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제주를 평화인권 상징의 섬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지난 13일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지역 현안과 주요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미라 기자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지난 13일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지역 현안과 주요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미라 기자

■ 주요 공약은 무엇?

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상장기업 20개 육성·유치, 제주형 청년 보장제 도입, 스마트 그린 15분 도시 제주,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도입·시행,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오 당선인은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환경 보전의 패러다임을 규제 일변도에서 인센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토지소유주들이 곶자왈·오름 등과 같은 생태계를 보전하고 증진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환경부에서 시범으로 하고 있는데, 오 당선인은 제주도 전역에 도입하는 안을 구상 중인 것이다.

그는 “규제강화가 아닌 인센티브를 주면서 환경을 보전하려고 한다”며 “곶자왈과 숨골 등을 보전하고, 오름 등의 자연생태계 서비스를 증진하는 사업을 민관 합동으로 광범위하게 펼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핵심 공약 중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도 눈에 띈다. 제주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기초자치단체 없이 광역자치단체만 있는 단일행정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오 당선인은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제왕적 도지사의 권력 집중 폐단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며 “도민들의 바람도 그렇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4개 시·군의 부활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변화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자치단체를 만든다는 의미”라며 “2024년에 기초자치단체 모형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해 확정하고, 2년 동안 준비 과정을 거쳐 2026년부터 지방선거 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오 당선인은 이러한 제주형 기초지자체 도입이 지역 내 끊이지 않는 각종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고, 도민 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금의 단일 광역행정체제는 제왕적 도지사 시대를 열어 도민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로 고착화시키고 있다”며 “제주형 기초지자체를 도입해 도민의 자기 결정권을 되찾아야 한다. 제주와 도민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 당선인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으로, 서귀포고·제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대 후반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인연을 맺어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후 강창일 민주당 전 의원의 보좌관을 거쳐 2006년 도의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을 지냈다. 이후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공천에서 탈락했다.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한 후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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