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화리 부지성 이장, 마을회관 고쳤더니 관광객 북적…“주민들 뭉쳤죠”

글·사진 박미라 기자

건물 리모델링 “마을도 경영 필요”

카페·공유오피스·숙박을 한곳에

주민 사랑방·워케이션 ‘일석이조’

작년 6만명 찾고 인구 증가 효과도

지난 13일 제주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에서 부지성 세화리 이장이 센터 건립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센터 내 3층 공유오피스에서 서울 등에서 내려온 직장인들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13일 제주 구좌읍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에서 부지성 세화리 이장이 센터 건립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센터 내 3층 공유오피스에서 서울 등에서 내려온 직장인들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 마을을 견학하러 전국에서 마을 110여곳, 마을사업을 하는 기관과 단체 70여곳, 대학 등이 다녀갔습니다. 손님 맞느라 농사지을 시간도 없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는 ‘워케이션 성지’로 불린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새로운 근무 형태인 워케이션을 도입했고, 최적의 장소로 세화마을을 낙점했다. 워케이션 참가자는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한 달 이상 마을에 머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이 같은 성과는 행정이 아닌 부지성 세화리장(50)과 주민으로 구성된 ‘세화마을협동조합’이 함께 이뤄냈다.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면서 세화마을이 주목받는 이유다. 부지성 이장은 “2015년 이장에 처음 취임한 직후 받은 과제가 낡은 마을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었다”면서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주민끼리 도전하는 방식으로 재밌게 해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화리는 정부의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공모에 도전해 선정됐고, 마을회관을 개조해 ‘질그랭이 거점센터’로 재탄생시켰다. 1층 마을회관, 2층 카페, 3층 공유오피스, 4층 숙박시설을 운영 중이다. 현재 세화리의 쪽빛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질그랭이 센터는 워케이션의 중심지이자 마을사랑방이다.

부 이장은 센터의 성공 비결로 주민 대다수가 참여한 세화마을협동조합을 꼽았다. 그는 취임 후 세화리 6개 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설득해 477명이 참여한 세화마을협동조합을 탄생시켰다. 마을 전체 가구의 70~80%가 참여한 것으로, 마을 조합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다. 센터 내 카페 이름 ‘477플러스’도 당시 뜻을 함께한 조합원 477명과 추가로 가입할 주민을 상징하는 플러스를 조합해 만든 것이다. 현재 조합원은 494명으로 늘었다.

부 이장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세화마을의 모든 사업은 협동조합의 관리하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부 이장은 센터 개관과 운영 과정에서 협동조합 내 분야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주민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건물 건축 과정에서는 건축·설계 분야 종사 주민들과 목수, 카페 구조를 잘 아는 카페 운영 이주민 등으로 구성된 건축TF가 활약했다. 실내를 꾸밀 때는 인테리어TF가 가동됐고, 마을 어린이들도 직접 그림을 그려 액자를 걸었다. 운영TF도 활동 중이다.

부 이장은 “주민들의 참여 기회가 많아지니 다들 신나서 일하고 마을이 뭉치는 계기가 됐다”면서 “워케이션 공간을 만든 것 역시 커피숍을 전전하면서 근무를 하던 이주민 부부가 공유오피스 공간을 제안하고 기획한 데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센터는 2020년 개관 첫해 적자를 봤지만 2021년부터 매출이 늘어 지난해부터는 흑자 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센터 이용인원만 6만명에 이른다.

세화리는 마을여행사를 설립해 다랑쉬오름 웰빙투어·해녀 투어 등 마을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세화마을 일주일 살기’와 같은 사업도 도전 중이다. 최근 해양수산부 어촌뉴딜300사업에도 선정됐다.

그는 “마을도 이제는 단순히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형태로 가야 한다”면서 “카페만 하더라도 전문가를 통해 혹시 뒤처지는 것은 없는지 점검하고 메뉴 개발을 한다. 신선한 자극과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마을 경영으로 세화리는 인구 감소로 애를 먹는 다른 마을과 달리 2015년 1900여명에서 2022년 2200여명으로 인구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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