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올바른 이름 찾기는 ‘현재 진행형’…‘사건’ ‘양민학살’ 인식

박미라 기자

도의회 4·3특위 도민설문조사 결과

특별법상 명시된 4·3사건 인식 높아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 초입에 누워있는 백비. 4·3정명이 정립되면 백비에 새기고 세울 예정이다. 박미라 기자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 초입에 누워있는 백비. 4·3정명이 정립되면 백비에 새기고 세울 예정이다. 박미라 기자

현행 4·3특별법은 4·3을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4·3을 최대한 객관화해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 명명한 것이다. 하지만 4·3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단독선거를 저지하고 외부압력과 폭력에 정당하게 저항한 ‘항쟁’으로, 또는 통일운동, 봉기, 사태, 사건, 폭동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왔다.

현재 제주에서는 ‘4·3’ 의 뒤에 별다른 명칭을 붙이지 않은 채 ‘제주4·3’으로 부르고 있다. 4·3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올바른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 초입에 4·3의 정명이 정해지면 새길 수 있는 길고 네모난 빈 비석 ‘백비’가 세워지지 못한 채 누워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진행형인 4·3의 올바른 이름(정명) 찾기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도민들은 적합한 이름으로 ‘4·3사건’ ‘양민학살’ 등을 답했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0월28일부터 11월11일까지 제주도민 308명, 청소년 110명, 유족 100명 등 모두 5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주 4·3 정명 도민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제주4·3의 정명으로 적합한 것으로 일반도민(28.9%)과 청소년(49.1%), 유족(29.0%) 모두 ‘4·3사건’을 1순위로 꼽았다. 뒤를 이어 양민학살(도민 24.0%·청소년 16.4%·유족 26%), 항쟁(도민 19.8%·청소년 14.5%·유족 26%) 순으로 조사됐다.

제주4·3평화재단이 2018년 당시 전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4·3인식조사에서 양민학살이 가장 높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청소년층에서 유독 4·3을 ‘사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권 도의회 4·3특위 위원장은 “현행 4·3특별법과 4·3진상보고서에서 4·3을 4·3사건으로 명명하는 점,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에 대한 4·3교육이 이뤄진 점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건’이라는 것은 특정한 의미를 담지 않은 가치중립적 명칭이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나선 강호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그간 법 개정 과정에서 4·3 정의 규정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손을 못 댔다”면서 “4·3정명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도민 운동의 과정에서 지혜가 모아지는 것이고, 4·3의 발생과 확산에 대한 국제적 책임부분까지 규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4·3의 정의도 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4·3 정명 운동의 시급성에 대해서 도민과 청소년, 유족 모두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4·3 당시 미군정 활동에 대한 진상규명과 미국정부 사과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도민과 청소년, 유족 모두 60~70% 수준에서 동의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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