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1억3700만원으로 ‘추석 인사’

강현석 기자

전남도교육감 명의로 30만가구에 ‘홍보 편지’…상공인 위한 ‘생활정보우편’ 활용 규정 위반

전남도교육청이 추석을 앞두고 1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교육감 명의 편지를 전남 군 지역 모든 가구에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편지는 우체국의 ‘생활정보 홍보우편’을 이용해 각 가정에 배달됐다. 이 제도는 홍보물 외 편지는 보낼 수 없는데도 선출직 공직자인 교육감이 이를 이용해 유권자들에게 ‘추석인사’를 한 셈이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교육청은 추석을 앞두고 있던 이달 초 전남 군 지역 모든 가구에 ‘추석맞이 학부모·도민께 드리는 글’이 동봉된 우편물을 발송했다. 전남도교육감 명의의 A4용지 한 장짜리 서한문에는 학교의 코로나19 대비상황과 주민들에게 전하는 추석인사가 담겼다.

‘주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라고 보기 힘든 이 편지는 학부모 여부와 관계없이 전남 군 지역 30여만가구에 모두 배달됐다. 교육감의 편지를 보내는 데 전남도교육청은 1억37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편지는 우체국이 운영하는 ‘생활정보 홍보우편’을 이용해 각 가정에 배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도는 생활정보나 상품 홍보 내용을 담은 우편물을 우체국이 직접 각 가구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중소상공인이나 백화점, 학원 등에서 제품 및 사업 홍보 목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대량으로 발송되는 생활정보우편은 원래 우편요금에서 60%를 할인해준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이 제도를 이용해 편지 성격의 인쇄물은 보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규정을 보면 서신 형식이나 인사말 또는 안내문 성격의 내용이 포함된 우편물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일반 우편물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우체국이 각 가정에 직접 배달까지 해주는 이 서비스를 전남도교육감 사례처럼 다른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리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교육감의 생활정보우편을 접수한 목포우체국은 “전남의 한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서한문을 보낸 사례가 있었다”면서 “규정을 잘 살피지 못했다. 앞으로 잘못 이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교육청 예산으로 교육감의 추석인사 편지를 보낸 것은 예산 낭비”라면서 “선출직 교육감이 생활정보우편 제도를 이용해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린 것으로 볼 수 있고, 다른 정치인들도 악용할 소지가 있는 만큼 관계기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추석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코로나19 확산 방지 등을 부탁하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면서 “선거법만 확인했지 생활정보우편으로 발송이 금지된 우편물에 해당하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의도를 갖고 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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