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기다리는 청춘, 실패에 좌절 않도록

김보미 기자

구로구 천왕역 지하에 마련된 일자리 플랫폼 ‘청년이룸’

서울 구로구 청년 일자리 플랫폼 ‘청년이룸’의 VR 면접 체험관에서 지난달 28일 특성화고 학생이 가상현실 장비를 쓰고 모의면접을 보고 있다. 구로구 제공

서울 구로구 청년 일자리 플랫폼 ‘청년이룸’의 VR 면접 체험관에서 지난달 28일 특성화고 학생이 가상현실 장비를 쓰고 모의면접을 보고 있다. 구로구 제공

VR 면접·인공지능 평가 등 취업 준비 위한 프로그램 진행
직무별 실무 프로젝트 참여해 실제 업무 경험 쌓을 기회도

“목소리가 너무 작습니다.”“면접 중에 어디를 보는 거죠? 시선을 앞에 두고 말하세요.”

고등학생들이 치른 인생 첫 취업 면접에서 따끔한 꾸지람이 쏟아졌다. 맞은편 책상에 앉은 두 면접관이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어 바짝 긴장한 탓이다.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압박 면접’이 끝났다. 학생들은 멋쩍게 웃으며 머리에 썼던 가상현실(VR) 장비를 벗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구로구 ‘청년이룸’의 VR 면접 체험관에서 특성화고 학생 5명이 차례로 모의 면접을 봤다. VR 화면을 통해 면접장에 들어가 면접관에게 인사를 하고 질문에 답했다. 면접관들은 가끔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기도 했다. 가상이지만 긴장감은 실제와 다르지 않았다. 답할 때 목소리 크기와 말의 속도, 시선 처리 등 태도에 대한 평가가 이어진다. 서서울생활과학고 전지원 학생은 “면접이 어떤 느낌인지 처음 경험했다”며 “보완해야 할 점을 구체적으로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7호선 천왕역 지하 공간에 마련된 ‘이룸’에서는 VR 면접뿐 아니라 취업 준비에 필요한 갖가지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정의하는 ‘청년’은 취업할 의지가 있는 만 15~39세다. 입구에 적힌 ‘청년들의 내일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설명은 ‘미래’(내일)와 ‘직업’(내 일)을 고민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로구가 2020년 서울교통공사와 협의해 역사 내 유휴공간 2256㎡를 이용하게 되면서 꾸려졌다. 실전이 부족한 청년들이 직무 경험을 쌓아 G밸리 등 지역 일자리로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첫 6개월간 2763명이 참여해 25명이 취업했다. 2044명이 참여한 지난해에는 265명이 일자리를 구했다.

이날 학생들이 체험한 VR 면접, 인공지능(AI) 평가도 단순 체험이 아니다. 최근 AI 시스템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평가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흐름에 맞춘 실전 준비다. 자기소개의 구성, 어휘, 표현력, 표절 테스트까지 AI 평가에 최적화하는 연습이다. AI 면접에서는 태도뿐 아니라 사용 언어를 분석해 개인의 특성과 성향까지도 알려준다.

특히 요즘 청년들은 취업 준비 과정에서 ‘자기 분석’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생애와 경험, 성격과 성향, 원하는 직무 등을 꼼꼼하게 파악해 진로를 결정하려는 것이다. 이준형 청년이룸 센터장은 “어릴 때는 정해진 길만 걷다가 본인이 취업·입시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 스스로를 분석해야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리 관련 상담·교육이 다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경쟁은 치열하고 기회는 줄어 한 번 실패로 사회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 같은 성향을 만들었다고 이룸의 직업상담사들은 분석한다. 이에 올해 자기 분석과 고민 상담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이준형 센터장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하나의 꿈만 따라가다 좌절되면 낙심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에 그물망처럼 탄력감을 줄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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