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청소년이 살린 방치 자전거 시장도 탄다···광주 '방치자전거 재사용센터'

글·사진 강현석 기자
광주 방치자전거 재사용 센터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청소년들이 29일 센터에서 수리중인 자전거를 들어보이고 있다.

광주 방치자전거 재사용 센터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청소년들이 29일 센터에서 수리중인 자전거를 들어보이고 있다.

“수리하다 보면 타이어나 안장은 새것인데 체인은 녹이 슬어 있는 자전거가 많습니다. 구입해 몇 번 타지 않고 방치됐다는 증거죠.”

광주 광산구 폭스존 광주점에 문을 연 ‘방치자전거 재사용센터’에서 29일 능숙한 솜씨로 녹이 슨 자전거를 살펴보던 김민하군(19)이 말했다. 김군은 뼈대만 남기고 부품을 완전히 분해한 뒤 닦고 기름칠을 했다. 그는 “아무리 저렴해도 10만원 이상은 줬을 자전거들이 녹이 슨 걸 보면 안타깝다. 우리한테 왔으니 살려내야 겠다”며 웃었다.

이 곳에선 학교밖 청소년 3명이 낡은 자전거를 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광주에서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해 공익적 목적으로 수리하는 곳은 이 센터가 유일하다. 지난 23일 문을 연 이 센터는 광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청소년 작업장인 ‘바이크 런’이 운영한다.

센터는 광주지역 5곳의 ‘탄소중립 전환마을 네트워크’와 협약을 맺고 아파트나 마을 등에서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자전거 수리와 폐기를 맡는다. 마을마다 수거한 자전거가 쌓였지만 처리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센터에는 10여대의 자전거가 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 청소년들은 자전거 전문점을 운영 중인 전문가에게 6개월 넘게 수리기술을 배웠다. 센터에서 일하는 김경석씨(22)는 “완전히 망가진 자전거도 2시간 정도면 씽씽 다시 달리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광주 방치자전거 재사용 센터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청소년들이 19일 센터에서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광주 방치자전거 재사용 센터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청소년들이 19일 센터에서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말끔하게 수리된 자전거는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어린이용 자전거 등은 필요한 곳에 기부될 예정이다. 수리가 불가능한 자전거는 금속 재질 차체, 고무 재질 타이어 등으로 분해된다. 자전거는 통째로 고물상 등에 넘길 경우 폐기물로 처리된다. 하지만 재질별로 분해하면 재활용이 가능해 돈을 받고 폐기물 업체에 넘길 수 있다.

나부기 바이크 런 지도교사는 “방치된 자전거 처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행정기관도 감당하지 못할 문제”라면서 “시민들이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저렴하게 구입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쓰레기 문제도 해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곳에서 청소년들이 수리한 방치 자전거는 이용섭 광주시장도 이용하고 있다. 센터 개소식에서 “광주시의 자전거 시설 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2주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해 보겠다”고 밝혔던 이 시장은 이번주부터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센터 청소년들은 “우리가 하는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자전거에 대한 운전자와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상윤군(19)은 “도로를 달릴 때면 차량 운전자들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시민들도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게 되면 부족한 기반 시설 문제 등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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