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교통사고 딱 잡아낸다···국과수, '과학적 입증 시스템' 구축

김기범 기자

지난해 6월 경북 경주에서는 운전자 A씨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초등학생 B군(당시 10세)을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들이받아 다치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B군 가족은 사고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고 영상을 올리고, “B군이 놀이터에서 A씨의 자녀와 다퉜는데 A씨가 ‘우리 애를 때리고 사과하지 않는다’며 쫓아와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국과수는 경찰과 함께 벌인 2차례의 현장 검증 결과 A씨에게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A씨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고, A씨는 결국 지난 2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국과수는 사고 재연에서 운전자의 시야로 피해자 B군이 보이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B군이 보인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고의성을 입증했다. 피의자를 못 보고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 보고도 일부러 사고를 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피해자와 충돌하기 전 차량의 속도가 올라간 것을 확인한 것도 고의성 입증의 근거가 됐다.

지난해 6월 25일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이 탄 자전거를 승용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 연합뉴스.

지난해 6월 25일 경북 경주시 동천동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이 탄 자전거를 승용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 연합뉴스.

이처럼 ‘사람의 심리’ 부분에 해당되는 고의성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교통사고에서 피의자의 고의 여부를 입증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보험사기를 유발하는 운전자의 행동 특성을 분석해 피의자의 고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현재 다수의 보험사기 적발에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국과수는 3년 전부터 전담팀인 ‘교통범죄실’을 꾸려 연구를 진행하면서 고의 교통사고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국과수는 위험 상황에서 운전자의 시선, 조향(방향 조정), 제동 반응 등의 행동 특성을 연구해 운전자의 고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105명의 지원자를 통해 수행한 관련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국과수는 또 범죄유형, 장소, 시간 등과 관련한 운전자 행동 패턴 데이터베이스로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고기록장치(EDR) 분석과 운전자 행동분석 시뮬레이션 등으로 보완했다.

고의 교통사고 딱 잡아낸다···국과수, '과학적 입증 시스템' 구축

고의 교통사고는 수법이 조직화·지능화되면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8년 7982억원에서 지난해 8986억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시행해 보험사기행위에 대한 처벌 및 수사를 강화했지만 고의성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보험사기 적발 및 처벌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국과수는 고의성 입증이 가능해지면서 교통사고 여부를 감정 의뢰해오는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정 의뢰 건수는 2017년 93건에서 2018년 125건, 2019년 357건, 2020년 713건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11월 현재 1196건으로 집계됐다.

국과수는 이 같은 감정 사례 및 연구 성과를 관련 학회 등과 공유하고, 경찰청,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 등에 분석 기법을 전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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