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자금, 대기업 사정 신호탄?

정제혁 기자

역외탈세 혐의 CJ 압수수색… 박근혜 정부 첫 대기업 수사

조세피난처 비밀계좌 등 추적

검찰이 해외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을 21일 압수수색했다. 박근혜 정권 출범 뒤 검찰이 벌이는 첫 대기업 수사다. 이재현 회장 등 CJ그룹 오너 일가가 받고 있는 혐의는 역외탈세다. 현 정권이 기치로 내건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에 부합하는 수사다. 검찰이 대기업 사정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비리, 특히 역외탈세를 표적으로 한 수사는 일찌감치 예고됐다. 박 대통령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주요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복지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 고려가 작용했음직하다. ‘지하경제’는 국세청에 신고되지 않은 소득을 말한다. 곧 비자금이다. ‘지하경제’의 큰 축은 재벌 오너를 비롯한 대자산가일 가능성이 높다.

역외탈세는 대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곧잘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나 위장계열사, 차명회사를 차려두고 비자금을 만드는 방법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이런 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국세청은 이미 대대적인 역외탈세 색출 작업에 나섰다. 국세청은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이 공동 조사를 통해 확보한 역외탈세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쿡제도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거래하는 한국인 대자산가, 법인 관련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한국인 명의의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 소유주 명단도 머지않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의 한국인 소유주 가운데는 국내 대기업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정황상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역외탈세를 통한 해외비자금 등 ‘숨겨진 재산’과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전문부서를 신설키로 했다.

지난해 말 검란 뒤 개점휴업 상태에 있던 특수수사를 6개월 만에 재개한 검찰 입장에서도 대기업 수사는 실추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정치·사회적 논란이 될 만한 수사보다는 국민 모두에게 박수받는 수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검찰 주변에선 CJ그룹 외에 대기업 2~3곳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6개월간 쉬었으니 당분간 할 일이 많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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