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판사들 “법관 윤리 저버려…표현의 자유와 별개”

김한솔·이효상 기자

“판사 익명글 자체가 부적절…당연히 대법원 징계감”

일선 판사들은 ㄱ부장판사의 ‘댓글놀이’가 법관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 이전에 법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ㄱ부장판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경향신문이 ㄱ판사가 댓글을 단 기사들을 분석해 봤더니 그는 법조 관련 기사뿐 아니라 삼성과 애플의 휴대전화 관련 기사, 환율 및 경제정책에 대한 기사에도 관심이 높았다.

대체로 야당과 진보진영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지만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도 했다. 예컨대 법원이 사상 최장기간 파업을 이끈 혐의로 기소된 전국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원칙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일부 저열한 표현과 비속어가 사용됐지만 통상적인 ‘악플러’의 활동과 비교한다면 ‘표현의 자유’의 허용 범위 안에서 활동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또 법관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사생활 영역에서 벌인 활동을 법관이 지켜야 할 윤리적 잣대로 가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하지만 일선 판사들은 “표현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익명성에 기대 그런 글을 올린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헌법은 판사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했고 판사는 그 권한을 무겁게 인식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버 환경이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관으로서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법관윤리강령 2조는 “법관은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 ‘저런 판사에게 재판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 문제”라며 “당연히 대법원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ㄱ부장판사가 자신이 담당한 재판과 관련해 댓글을 남긴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만약 사실이라면 법관의 윤리상 적절치 않은 것이다”라며 “현행법 위반은 아니지만 윤리강령 위반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전라도를 비하한 ㄱ부장판사의 댓글에 대해 “부끄럽다.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법관윤리강령 3조의 2항은 “법관은 혈연·지연·학연·성별·종교·경제적 능력 또는 사회적 지위 등을 이유로 편견을 가지거나 차별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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