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1085

하루 1시간 운동 빼곤 종일 1평 독방서 생활… 종교로 외부와 소통

박주연 기자

사형수들의 24시

희망자에 5~6시간 노역도… 사형제 논란 땐 공포·죄의식

“인격적 대우야말로 사람을 변화시켜요. 증거가 제가 13년간 만나온 사형수들이에요. 변화 속도가 너무 느려 순간순간은 절망적일 때도 있었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됐으니까요.”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집필을 계기로 사형수들을 만나온 작가 공지영씨는 “구치소에서 정권(의 인권의식 수준)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형수는 독방 수용이 원칙이다. 하지만 작업·자살방지 등을 위한 경우 다른 수용자들과 한방을 사용할 수 있다. 서울 및 부산구치소에 있는 21명의 사형수는 모두 1평이 채 안되는 독방에서 지낸다. 대구교도소에 있는 11명의 사형수는 다른 죄수들과 한방에서 기거한다. 대전·광주 교도소 사형수는 독거도 있고 혼거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사형집행 의지를 표명하며 옛 청송교도소(현 경북북부교도소)에 사형장 설치를 검토했다가 주민 반발로 물러섰다. 사진은 옛 청송교도소 내 독거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는 사형집행 의지를 표명하며 옛 청송교도소(현 경북북부교도소)에 사형장 설치를 검토했다가 주민 반발로 물러섰다. 사진은 옛 청송교도소 내 독거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창은 밖이 안 보일 뿐 아니라 햇빛과 바람도 잘 통하지 않는다. 구치소·교도소 내 자살사건이 빈발하자 법무부가 2010년 전국 50여개 교도소·구치소 창문과 시찰구 쇠창살 안쪽에 이쑤시개도 통과 못하는 촘촘한 철망을 설치한 탓이다. 자살을 방지한다며 밥상까지 치웠다. 난방도 잘 안된다. 공지영씨는 “MB 정부 때 수용자 인권이 크게 악화됐는데 제일 가슴 아픈 게 창문을 다 막아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사형수는 원래 노역 대상이 아니었다. 2008년 법이 개정돼 사형수도 희망자에 한해 작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작업 시간은 하루 5~6시간이며 작업 종류에 따라 1일 1600~8000원을 받는다.

작업을 하지 않는 사형수는 하루 1시간의 운동시간(혼거 사형수 30분)을 제외하곤 온종일 독방에서 지낸다. 서울구치소의 경우 운동도 피자판처럼 16개 공간으로 구분된 반지름 15m의 좁은 운동장에서 혼자 해야 한다. 원의 중앙 2층에선 교도관이 이들을 지켜본다. 일부 사형수는 이 작은 공간 가장자리에 깻잎, 코스모스 등 씨앗을 뿌리고 가꾼다. 교정위원 조부영씨는 “비록 타인의 목숨을 해친 분들이지만 작물들을 손수 키우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접견은 월 4회 각 30분 이내로 제한된다. 사형수는 친어머니를 제외하면 가족조차 인연을 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외도 있다. 교정위원 김정애씨는 “15년간 지극정성으로 사형수 남편을 면회해온 한 아내는 시부모를 부양하며 홀로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냈다”며 “언젠가 되레 시부모의 아픈 마음을 걱정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형수들이 그나마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종교상담이다. 종교를 선택하면 주 1회 5시간씩 교도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부나 목사, 스님과 만나 예배나 미사를 하고 상담도 한다. 대화도 하고 간식도 먹을 수 있어 ‘종교투어’를 하는 사형수도 있다.

강호순은 사형선고 후 개신교를 믿었지만 요즘은 천주교 교리를 공부 중이다. 김성은 신부는 “세상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하다고 하자 그는 자기 생명은 하찮다고 답하더라”며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철·박한상은 어떤 종교도 갖고 있지 않다.

28년간 교정위원으로 사형수를 만나온 조성애 수녀는 “어떤 교도관들은 사형수들이 제 앞에서만 선한 척한다고 말하지만 모든 인간이 그렇듯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해주면 어떠한 살인범도 표정과 심성이 변화된다”고 말했다.

사형수들은 바깥에서 흉악 범죄가 일어나 사형제 존치론에 힘이 실릴 때마다 극도의 공포심과 죄의식을 동시에 느낀다고 한다. 2010년 3월 법무부 장관이 청송교도소를 방문해 사형집행 의지를 표명하고 이곳에 사형집행 시설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도 사형수들은 크게 긴장했다고 한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열악한 구금 현실에다 집행에 대한 공포로 사형수들은 엄청난 심리적·육체적 고통과 불안에 시달린다”며 “밤마다 사형집행 악몽에 시달리거나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 등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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