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한 혐의(명예훼손 등)로 기소된 사회운동가 박성수씨(45·전북 군산)가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전단지가 일종의 ‘합리적 의심’을 담은 것으로 판단했다.
대구지법 제1형사부(임범석 부장판사)는 25일 명예훼손·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수씨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앞서 2015년 12월 1심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영역의 범위를 벗어났다”면서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박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 사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 등이 담긴 인쇄물 2만4000장을 만들어 전국에 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박씨는 ‘정윤회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 ‘민주주의 내놔’ 등을 제목으로 한 인쇄물을 제작·배포했다.
이날 재판부는 인쇄물 속에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있지만 전제 문맥과 의미, 당시 언론의 상황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명예훼손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근혜와 염문설 주인공 정모씨’라는 등의 (부적절한) 내용이 적혀 있지만, 전단지가 표현하려는 주된 내용은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을 밝혀야 한다’거나 ‘이러한 의혹을 덮으로고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라는 것이었다”면서 “일반인으로서도 제기된 여러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러한 의혹이 존재한다’는 정도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따라서 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치판단 또는 국정운영에 대해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단지 속에 등장한) 허위사실을 실제 사실인 것처럼 암시해 표현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다만 박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그림과 글 등을 SNS에 올린 혐의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박씨가 2015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혐의(‘집시법’ 위반)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서도 1심과 같은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박씨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가 만든 전단지를 2015년 2월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앞에서 배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진 변모씨(49)와 신모씨(36) 역시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변씨와 신씨는 1심에서 각 벌금 500만 원과 1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