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건 사형’ 여정남씨 45년 만에 계엄법 위반 무죄

박광연 기자

검찰 직권 청구로 재심…재판부 “불법집회 개최 근거 없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유족들이 2012년 9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오열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인혁당 재건위 사건 유족들이 2012년 9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오열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사형된 고 여정남씨가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4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김우수 부장판사)는 1973년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받은 여씨에게 지난 29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던 여씨는 1972년 유신헌법을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후배 임모·이모씨와 수차례 만나 불법집회를 개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해 10월17일 유신헌법과 함께 선포된 비상계엄 포고령의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옥내외 집회·시위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군사법원 1심은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여씨가 후배들과 만나 일상적인 대화를 하던 도중 시국현안인 유신헌법 개정에 대해 얘기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여씨가 유신헌법 개정 반대 토론을 하려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심 재판부는 이 만남 이후 여씨 등이 주도해 유신헌법 개정 반대운동을 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판단근거로 제시했다.

여씨의 재심은 지난해 9월 검찰이 직권으로 청구하면서 열리게 됐다.

여씨는 박정희 정부가 1974년 유신 반대세력을 탄압하려는 목적으로 조작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가 배후에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을 조종해 국가전복을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경북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여씨는 인혁당 재건위와 민청학련의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재판에 넘겨진 여씨는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등의 혐의로 고 도예종씨 등 7명과 함께 1·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1975년 4월8일 여씨 등 8명의 사형선고를 확정했고, 정부는 확정판결이 나고 18시간 만에 이들의 사형을 집행했다. 당시 여씨의 나이는 31세였다. 국제법학자협회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했다. 여씨 등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해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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