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애경,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방해 모의

김동성 기자

특조위, 진상규명 청문회서 두 업체 2017년 회의록 공개

“야 의원에 법률 지연 명분 주기…보수매체 비판 기사 유도”

애경, 김앤장에 자문료 18억원…SK케미칼 측 최창원 “사과”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해 피해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위 사진). 청문회에 방청온 피해 어린이가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해 피해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위 사진). 청문회에 방청온 피해 어린이가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정치계, 법조계, 언론 등을 동원해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개정안을 막으려고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산업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자료 삭제 수위 등을 법무법인 김앤장에 문의한 정황도 나왔다. 애경산업은 김앤장에 18억4000만원의 법률자문비를 줬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협의체를 구성해 공정위 표시광고법 형사 사건, 환경부 실험,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개정안 등을 논의한 내부 회의록을 공개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2017년 10월18일 여의도에서 협의체 1차 회의를 열었다. 회의록엔 “야당 측 의원 등에게 적어도 올해 안에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킬 수 있는 명분 만들어 주기” “일부 보수매체를 선정해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가 보도될 수 있게 조치” 같은 애경산업 측이 내놓은 방안이 나온다. “원보이스(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김앤장 의견서 공유 요청” 같은 SK케미칼 측 반응도 기록됐다.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은 2017년 2월 제정돼 그해 8월 시행됐다. 이들 기업이 법 개정안 반대 작업에 나섰던 때는 피해자 구제 범위를 넓히려고 국회에서 개정안 논의가 이뤄지던 시기다.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은 2018년 8월 피해자 범위를 넓히고, 피해자들에게 정보청구권과 단체구성권을 주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검찰과 환경부의 동향을 계속 수집했다. 회의록의 ‘형사 관련 모니터링’ 항목에는 “새로 부임한 형사2부 부장검사는 검찰 동향 모니터링 중이기는 하나 공정위로부터 자료 등을 받은 것이 없고 당장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함” “살인죄 등 명백히 죄가 성립되지 않는 죄책은 무혐의로 종결하고, 나머지 부분은 환경부 실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한부 기소중지로 처리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있다.

애경산업은 2016년 2월1일~2017년 11월30일 총 19차례에 걸쳐 법무법인 김앤장에 18억4000만원의 법률자문비를 지급했다. 애경산업은 김앤장에 “만약 자료를 삭제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느냐” “회사 전산상에 등록된 기안문 등도 압수수색 대상이 될 수 있느냐” 같은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공식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6476명으로 이 가운데 1421명이 사망했다.

청문회에 SK케미칼 증인으로 참석한 최창원 전 대표이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고통을 당한 분들과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SK케미칼이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하지만 그간 피해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따가운 질책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적 책임을 떠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청문회를 하루 앞둔 26일 위원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전달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청문회에는 피해자 가족들도 참석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당해 12년째 거동을 못하는 부인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 김태종씨(64)는 “아내가 가습기살균제 사용 1년 후에 병원을 갔는데, 폐가 점차 나빠져 현재는 13%만이 남았다는 진찰을 받았다”며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꼭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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