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위반, 두 차례 재심 끝 47년 만에 국가배상 확정…판결 나흘 뒤 별세

전현진 기자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긴급조치 1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문당한 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에게 국가가 정신적 피해보상금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재심 끝에 확정됐다. 그에게는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이 지급됐지만, 이를 국가와 화해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률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암 투병 중이던 80대 피해자는 대법원 판결 나흘 뒤 숨졌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긴급조치 피해자인 오종상씨(80)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심에서 오씨의 청구를 각하한 2016년 5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고, 1억15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항소심 판결을 지난달 30일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오씨는 1974년 버스를 타고 가다 분식장려책 등 당시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강제연행됐다. 정부 비판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해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긴급조치 1호에 따른 것이었다. 오씨는 중정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뒤 징역 3년 등을 선고받고 1977년 만기 출소했다.

30년 뒤인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오씨가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고, 오씨는 이를 근거로 2010년 대법원에서 재심을 받아 무죄가 선고됐다. 오씨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돼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1심은 오씨가 민주화보상금을 이미 받았고 이는 합의와 같은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효력’이 있다며 그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오씨를 제외한 가족들의 위자료 청구는 인정했다. 2심은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받은 보상금은 재판상 화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오씨에게도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2016년 5월 대법원은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이뤄졌다며 오씨의 승소 부분을 파기하고 가족들의 위자료만 인정했다.

이에 오씨는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2018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보상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까지 포함된 것이 아니라며 민주화보상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오씨는 이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고, 결국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74년 강제수사를 받은 이후 47년 만이다. 오씨는 암 투병 중 변호사를 통해 이 소식을 들었지만, 대법원 판결 나흘 뒤인 지난 4일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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