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추행 피해' 단체 이메일 발송, '무죄' 판단..."공익성 인정된다"

박용필 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직장 상사에 성희롱 피해 당한 사실을 사내 구성원들에 알렸다가 재판에 넘겨진 내부 고발자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해당 행위에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6년 퇴사하면서 전국 208개 매장의 대표들과 본사 직원 80여명에게 직장 상사인 B씨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메일에서 “(B씨가) 테이블 밑으로 손을 잡으며 성추행이 이뤄졌고, 문자로 추가 희롱이 있었다”며 “절차상 성희롱 고충상담·처리 담당자가 제게 성희롱을 했던 B씨이므로 불이익이 갈까 싶어 말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의 행위가) 유부남으로서 적절치 않은 행동이지만 손을 잡은 게 사실이라면 관심을 보이는 남녀의 행동일 수 있다”며 “사건 당시 B씨는 성희롱 고충 담당자가 아니어서 A씨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1년 5개월이 지난 뒤 자신이 불이익한 인사발령을 받자 해당 사건에 대해 대표이사에 항의하고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마치 최근에 일어났고, 성희롱 피해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처럼 사내구성원들을 오해하게 했다”고 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이메일에 공익적 동기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이메일에서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등 인신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유사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동기를 밝혔으며, 실제로 성희롱 피해 예방 관련 규정 등을 첨부했다”고 했다. 이어 “이메일을 전송한 주된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설령 부수적으로 전보인사에 대한 불만 등 다른 동기가 있었다해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A씨에게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가 사건 이후 2년여 만에 이메일을 발송한 점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 등을 볼 때 성희롱 피해를 곧바로 알릴 경우 직장 내에서의 부정적인 반응 등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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