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검수완박’에 자체 개혁안 발표…박범계가 중재 나설까

허진무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권도현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권도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하자 대검찰청이 21일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시민이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며 국회의 특별법 제정까지 제안했다. 민주당이 수사 공정성을 문제 삼아 검찰의 수사권을 아예 없애겠다고 하자 나름의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을 제시하며 방어에 나선 것이다.

대검은 이날 발표한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에서 “수심위의 실질화와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며 “일정 위원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심위는 시민위원들이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기구이다. 현재 수심위 권고는 기속력이 없어 검찰 수사팀이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수심위 심의 대상을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는 물론 ‘수사 착수 여부’까지 확대하고, 사건관계인은 물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법무부 장관, 대한변협 회장 등 제3자도 소집 요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히 권력형 부패범죄나 경제범죄를 비롯한 중요 직접수사 사건의 경우 수심위와 인권보호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수사에 착수할 때 경력 15년 이상의 검사인 인권보호관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거나 수심위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수사를 종결할 때도 인권보호관이 ‘레드팀’이 돼 수사팀과 반대 의견을 펼치도록 하고, 부장검사 회의나 수심위 심의를 거치게 해 제3자의 관점으로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이 특임검사를 지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 혐의를 공정하게 수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대검은 고검장 회의에서 다수의 후보를 추천하고 검찰총장이 특임검사를 지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대검은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한 뒤 즉시 시행 가능한 방안은 5월 중에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추가 논의가 필요한 방안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찰 공정성·중립성 강화 위원회’를 5월에 설치해 검토할 계획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1일 전국 고검장 회의를 소집하면서 조재연 부산고검장(왼쪽부터), 여환섭 대전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1일 전국 고검장 회의를 소집하면서 조재연 부산고검장(왼쪽부터), 여환섭 대전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은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자체 개혁안을 전달하며 국회에 ‘형사사법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검찰개혁은 물론 경찰개혁까지 논의해달라고 건의했다. 대검은 “특위가 구성되면 수십 년간 진행된 소모적인 검찰개혁 논의와 미진했던 경찰개혁을 함께 마무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수사·기소 분리, 수사지휘 복원, 국가수사청 등 검찰개혁 방안, 경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기능 정립 방안 등에 폭넓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검은 특위에서 ‘수사의 공정성과 인권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논의해달라고 제안했다. 특별법의 내용으로는 정치적 사건이나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있는 사건은 별도 사건유형으로 지정해 일반 사건에 비해 엄격한 절차를 두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요구하면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찰총장이 직접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공소장이나 불기소결정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나왔다. 대검은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대처를 해야 한다”며 “성급하게 전체 수사기능을 폐지하면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요구한 ‘수사 공정성을 위한 자체 개혁안’을 대검이 발표하면서 박 장관이 검찰과 민주당 사이 ‘중재자’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장관은 이날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 전국 고검장 6명을 소집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박 장관은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내부 통제 방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고 고검장들의 공감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다”고 밝혔다.

고검장 회의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 장관의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김 총장이 제출한 사표를 반려하고 김 총장을 만나 “소용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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