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부석사-정부 소송에 일본 스님이 왜?

강정의 기자

10년 전 절도범이 대마도 간논지서 고려시대 불상 훔쳐와

일본 측 “적법 취득했으니 반환하라”…근거 제시는 못해

부석사 “고려 때 왜구 약탈”…1심 소유권 인정 2심 진행 중

일본 소재 사찰인 간논지의 다나카 세쓰료 주지승이 15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일본 소재 사찰인 간논지의 다나카 세쓰료 주지승이 15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절도범에 의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반입된 고려 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의 소유권을 놓고 한국에서 열린 항소심에 일본 측 사찰 관계자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에 출석한 일본 사찰 주지승은 “1527년 조선으로부터 적법하게 불상을 들여왔다”고 주장하며 일본으로의 불상 반환을 요구했지만 ‘불상을 적법하게 일본으로 들여온 경위’를 입증할 근거는 대지 못했다.

대전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박선준)는 15일 충남 서산의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항소심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대마도)시 소재 사찰인 간논지(観音寺)의 다나카 세쓰료(田中節竜) 주지승이 보조참가인으로 출석했다. 수년째 이어진 소송에서 일본 측 관계자가 재판에 참석한 건 처음이다.

일본 측이 한국에 반환을 요청하는 불상은 높이 50.5㎝, 무게 38.6㎏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한국인 절도범들은 2012년 일본 대마도 사찰인 관음사에서 불상을 훔쳐 국내에 반입했다가 적발됐다. 현재 불상은 대전 유성구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에서 보관되고 있다.

부석사 측은 해당 불상이 고려시대 왜구에게 약탈된 것으로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2017년 대전지법 1심에서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해당 불상의 소유권이 부석사 측에 있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항소해 대전고법에서 수년째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간논지 측은 이날 “원고(부석사)가 주장하는 법적 의미에서의 소유권 성립 입증 근거가 부족하다”며 “불상은 간논지가 설립된 이후에 명확하게 소유 의사를 가지고, 공공연하게 소유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석사 측은 “간논지 측은 1527년쯤 불상을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종관’이라는 사람이 조선에서 불상을 적법하게 취득해 관음사에 안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간논지 측이 적법하게 들여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어떠한 증거 자료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부석사 측은 이어 “간논지 측은 종관이라는 사람이 불상을 조선으로부터 적법하게 취득했다는 증거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논지 측은 “종관이 1525년 조선에 가서 1527년 일본으로 돌아올 때, 이 불상을 정식으로 양도받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증거에 대해서는 일본으로 돌아가 관련 자료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간논지 측은 이날 오랜 기간 점유하면 소유권을 인정하는 ‘시효취득’ 주장도 펼쳤다. 다나카 주지는 “불상은 도난당할 때까지 500년 가까이 일본에서 우리가 명확한 소유 의사를 갖고 공공연하게 소유해온 만큼 일본 법으로든, 한국 법으로든 우리 소유권이 성립돼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8월17일 오후 2시 공판을 이어간다. 다나카 세쓰료 주지승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추후 재판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재판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국인 절도단은 2012년 10월3일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의 가이진(海神)신사에서 동조여래입상을, 간논지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다쿠즈다마(多久頭魂)신사에서 대장경을 각각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

이 중 동조여래입상은 일본으로 반환됐지만,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왜구의 침략에 의해 불법 반출된 문화재’라는 부석사 측의 소송 제기로 반환되지 않았다. 절도단이 훔쳐온 대장경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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