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값 더 내라” 상가 수도관 끊은 아파트 입주회장, 유죄 확정

김희진 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박민규 선임기자

아파트 상가에 입주한 상인들과 수도이용료를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수도를 끊어버린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수도불통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1996년 준공된 해당 아파트는 음용수로 쓰던 지하수가 오염되자 2010년 1억여원을 들여 상수도관 공사를 했다. 상가도 상수도가 필요했지만 소유주들이 부담금 3000여만원을 내지 않아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들은 관리사무소와 경로당이 있는 상가 2층 화장실에만 수도관을 설치했다.

상가 상인들은 주거지에서 물을 길어쓰다 2013년부터 상가 2층 화장실 수도관에 관을 연결해 쓰기 시작했다. 계량기 표기에 따라 수도비용 등을 매달 1만원씩 납부했는데,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선 상인들이 물을 싸게 사용한다는 불만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A씨는 상가 상인들에게 ‘월 5만원씩 수도비용을 내라’고 통지했으나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관리소장에게 상가 2층 화장실 수도관을 분리하도록 해 물을 끊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의 행위가 수도불통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형법은 여러 사람이 먹는 물을 공급하는 수도 시설 등을 손괴하거나 막는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상가 2층에 설치된 수도관은 음용수 공급을 위한 시설이 아니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상인들이 2013년 관을 설치할 때 아파트 측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데다 수도비용을 받고 영수증을 써주는 등 아파트 측도 배관 사용을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화장실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했더라도 상가 임차인과 고객들에게 음용수로 사용돼 온 상수도 시설을 끊은 것은 수도불통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수도불통죄 대상이 되는 ‘수도 기타 시설’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현실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면 충분하며, 소유관계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수도불통죄 성립 등에 관해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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