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피해 ‘30년간 은폐’…법원 “유족에 2억2000만원 국가배상”

김태희 기자

초등생 피해자 유족 일부 승소

33년 전 경기 화성시 일대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가족을 잃었지만 당시 경찰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로 시신조차 찾지 못했던 유가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이춘근)는 17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피해자 김모양(당시 8세)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 유족 중 부모에 대한 위자료를 각 1억원으로, 형제에 대한 위자료를 2000만원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양 유족 측은 4억원을 청구했지만 이 중 일부만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이 살해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실종사건을 단순 사건으로 종결하는 방식으로 사건의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이로 인해 유족들은 애도와 추모를 할 권리, 사인에 대해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돼 국가는 유족에게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김양은 1989년 7월7일 낮 12시30분쯤 화성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다. 경찰이 다음해인 1990년 8월13일 단순 가출로 사건을 종결하면서 이 사건은 30여년간 미제 가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가 2019년 이춘재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이춘재로부터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수사본부는 당시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봤다. 수사본부는 김양 실종사건 담당 형사계장 A씨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다만 A씨 등은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사건을 은폐한 경찰들에 대한 형사 처벌이 불가능해지면서 김양의 유족들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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