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찰에서 예불하는 승려도 노동자” 원심 확정

김희진 기자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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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예불을 해온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를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승려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승려증을 받은 A씨는 충남의 한 사찰에서 향불을 피우고 염불 의식을 맡는 노전 승려로 1년가량 예불 등을 보다가 2019년 11월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승려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A씨의 재심 신청을 각하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노동위 판단을 유지했으나, 2심인 대전고법은 1심 판단을 뒤집고 승려를 노동자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업무 내용과 근무 시간·장소가 사전에 정해져 있고 A씨 스스로 의사에 따라 이를 변경할 수 없음이 분명해 사용자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두 차례 범종 타종과 새벽 예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찰 측이 ‘기도스님으로서 소임을 면하게 한다’고 통지한 행위도 사용자의 지시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A씨가 사찰에 살면서 업무를 시작했을 때부터 종료할 때까지 매달 정기적으로 180만원을 받았고, 많은 사찰은 승려를 모집할 때 일정 돈을 지급한다고 구인 공고를 한다”며 “이런 점에 비춰보면 A씨는 예불 업무를 보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중앙노동위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대법원이 별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원심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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