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첫 인정···“차별 설 자리 없다”

김희진 기자

사실혼 관계 인정 않는 건보공단에

2년 전 소송 제기···1심 결정 뒤집혀

동성 커플인 소성욱씨와 김용민씨가 선고 직후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21. 김희진 기자

동성 커플인 소성욱씨와 김용민씨가 선고 직후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21. 김희진 기자

동성 커플에게도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성 커플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다. 동성 커플이 사회보장제도의 보호 범위로 들어오는 돌파구가 될 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21일 동성 커플인 소성욱씨가 “(배우자) 김용민씨에 대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이성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 관계인 동성결합 상대방 집단(동성 커플)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소성욱씨와 김용민씨는 2019년 5월 결혼식을 올렸다. 법적 혼인관계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소씨는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8개월 만에 소씨의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하고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부과했다.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실질적 혼인 관계임에도 동성이란 이유만으로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제도 목적에 어긋난다며 2021년 2월 소송을 냈다. 1심은 동성 커플인 두 사람을 사실혼 관계로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혼인은 ‘남녀의 결합’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항소심도 두 사람을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소득이나 재산없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사회보장제도 목적에 비춰볼 때, 사실혼 부부와 다를 바 없는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를 꾸린 동성 커플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계 각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사법적 관계에서조차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며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씨와 김씨는 이날 선고 후 “동성 커플은 그동안 누리지 못하고 잃어버렸던 권리를 찾아가고 있으며, 이번 소송도 그런 과정의 일환이었다. 오래 걸렸지만 오늘 사법체계 안에서 우리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며 “(이날 판결은) 저희 둘만이 아닌 동성 부부들의, 그리고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승리”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아직 판결문을 확인하지 못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단 대법원까지 지켜보려고 한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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