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안 올려주자 상가 입구 막은 갑질 건물주 ‘벌금형’

강은·김정화 기자

월세 40% 인상 일방통보 뒤

거부하자 컨테이너로 봉쇄

재판부 “죄질이 매우 불량”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 출입구 앞에 지난 1월 흰색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다. 독자 제공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 출입구 앞에 지난 1월 흰색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다. 독자 제공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컨테이너 박스로 상가 출입구를 막은 서울 강남의 한 건물주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남구 신사동 건물주 A씨(50)에게 벌금 700만원을 지난 7일 선고했다. A씨는 본인 소유 건물 지하 1층 공간을 임대한 B씨(48)가 카페 출입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등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의 발단은 임대료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A씨는 지난해 12월 B씨에게 임대료를 월 25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통보했다. B씨는 임대료를 40%나 인상하는 건 과도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A씨는 돌연 주차관리 초소로 쓰이던 컨테이너 박스를 카페 입구 앞에 설치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건물주가 직권으로 올릴 수 있는 임대료 인상 폭은 5%이다. 그 이상 올리려면 세입자와 합의해야 하는데,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매장 앞에 컨테이너 박스를 가져다놓고 세입자를 압박한 것이다.

B씨는 이 같은 내용을 정리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지난 1월 언론 보도로 사건이 알려졌다. 당시 컨테이너 박스가 카페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명백한 건물주 갑질이다” “한번에 40% 인상은 정말 황당하다” 등 비판이 이어졌다.

재판에서 A씨는 “상가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적인 영업방해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B씨의 영업을 방해할 고의가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상가 출입구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했기 때문에 B씨는 문을 제대로 여닫지 못하게 됐고, 손님들도 입구로 드나들 수 없게 됐다”며 “해당 출입구가 정상적으로 기능했을 때와 비교해 피해자의 영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와 갈등을 겪고 있던 도중 컨테이너를 피해자의 영업장 출입구 앞에 설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영업업무가 방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내용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선고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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