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감찰에 검사장 승진까지···검찰 ‘피고인 손준성’ 봐주기 논란

강연주 기자

감찰부 ‘무혐의’ 처분, 손 검사 승진 단초 마련

감찰 과정서 업무용 PC 전자정보 기록 은폐도

고발 사주 혐의를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31 성동훈 기자

고발 사주 혐의를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31 성동훈 기자

‘고발사주’ 사건으로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차장검사)에게 징역 1년형이 선고된 1심 판결을 계기로 손 검사에게 ‘비위 없음’ 처분을 내린 대검찰청 감찰부의 결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손 검사는 감찰 이후인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대검 감찰부의 판단이 검사장 승진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제거해 준 꼴이 됐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 검사에 대한 감찰을 벌인 끝에 지난해 3월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감찰부는 조사 과정에서 손 검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수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사용한 업무용 PC들을 확보한 바 있다.

문제는 감찰이 진행된 무렵에 수정관실 내 업무용 PC를 비롯한 상당수의 전자정보 기록이 은폐됐다는 것이다. 수정관실 소속이었던 임홍석 검사는 손 검사 1심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해 감찰이 진행될 무렵 휴대전화에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임 검사는 ‘(안티포렌식) 앱 설치가 일반적이냐’는 공수처 검사의 질문에 “입장 바꿔서 저렇게 (논란이) 터지면 저를 지키기 위해서 (설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정관실에 있었던 업무용 PC의 자료들도 마찬가지다. 공수처에 따르면, 수정관실 검사들은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질 무렵 불과 10일 전 교체했던 PC의 하드디스크를 다시 교체하고, 뒤이어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 내역도 모두 삭제했다고 한다. 이러한 석연치 않은 정황 탓에 일각에서는 손 검사 감찰을 법원 판결도 전에 종결한 대검을 향해 ‘성급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대검은 손 검사 1심 선고를 기다리게 되면 징계시효(3년)가 도과될 시점이 되어 먼저 처분해야 했다고 밝혀왔다.

감찰부의 무혐의 처분은 피고인 신분인 손 검사가 승진할 수 있었던 단초가 됐다. 손 검사는 감찰 결과가 나온 지 6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 무렵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손 검사의 승진을 지적하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검찰에서 관련자(김웅 국민의힘 의원)를 무혐의 처리했고 (손 검사 감찰을 심의한) 대검 징계위원회에서도 무혐의 결정했다”며 문제없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이 손 검사를 비롯한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라고 반발했다.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과적으로 (이번 1심 판결로) 피고인 신분인 손 검사를 검사장으로 진급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게 확인됐다”며 “변명의 여지 없이 그 당시의 인사권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검에서 종결 처분한 손 검사의 감찰을 재검토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아직 손 검사의 판결이 확정된 게 아닌 데다 감찰 결과는 외부 위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 대다수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대검 감찰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 등을 종합해 2023년 3월 종결 처분했다”고 밝혔다.

고발사주 의혹을 심리한 1심 법원은 손 검사만 아니라 당시 대검 수정관실 소속 검사인 성상욱 수사정보2담당관, 임홍석 검사 또한 고발장 작성 및 검토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두 검사를 기소하지 못했지만 법원은 이들이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재 성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로, 임홍석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하고 있다. 임 검사는 지난해부터 파견 상태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에서 근무해왔고, 2월5일자로 정식 발령이 났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