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전날 수해 실종자 수색 본부장
“사단장님께 수색 종료 몇 번 건의”
폭우 속 지시 정황…경찰에 녹취 제출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의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날 수해 실종자 수색 지휘통제본부장인 해병대 1사단 예하 7여단장이 “사단장님께 (수색 종료를) 몇 번 건의 드렸다”고 밝힌 녹취가 공개됐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에게 수색 종료를 여러번 건의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사건 발생 당시 수색을 계속하라고 명령한 사실도,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거나 통제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채 상병 사건 발생 당시 해병대 1사단 제7포병대대장이었던 이모 중령 측은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중령 측은 해당 녹취록이 임 전 사단장이 폭우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계속하라고 지시한 정황 중 하나라고 보고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북경찰청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 중령 측이 공개한 첫 번째 녹취는 지난해 7월18일 오후 3시 무렵 당시 경북 예천 수색 현장 지휘통제본부장인 7여단장과의 통화다. 7여단장은 당시 수색 현장을 방문해 임 전 사단장의 옆에서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해 7월18일 내성천 주변에 호우 경보가 발령됐다”며 “그날도 엄청난 비가 내려서 현장에 있었던 이 중령이 7여단장에게 (중략) 작업 종료 건의를 드렸다”고 말했다. 7월18일은 채 상병 사망 사건 하루 전날이다.
공개된 통화 녹취록을 보면 7여단장은 이 중령에게 “정식으로 철수 지시를 하기는 상황이 애매해”라며 “내가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 드렸는데 첫날부터 뭐 알잖아”라고 말했다. 이어 “애들 강인하게 이렇게 해야지 이게 하루 이틀 갈 것도 아니고 첫날부터 사기 떨어지게 그러면 안된다”며 “강하게 동기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휘관이 그렇게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거기서 수색 정찰을 안하더라도 작전 활동은 어쨌든 그 일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그렇게 좀 해보자”라고도 말했다.
이 중령 측은 같은 날 이뤄진 7여단 작전과장과의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작전과장은 “방금 여단장이 안 그래도 전화 오셨다”며 “사단에서 육군 부대 철수했냐고 물어보셔서 철수했다고 하니까, 니네는 어떻게 하냐고 하셔서 (중략) 여단장 지시 받고 저희는 정상적으로 하는 걸로 했다”고 말했다. 작전과장은 이어 “여단장님께서 방금 전화 오셨는데, 사단장님께서 옆에 계시는데 ‘정상적으로 하라’고, ‘16시까지인가라고 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 중령 측은 작전과장과의 통화에 대해 “육군은 당시 현장 작전통제권자인 육군 50사단장 명령으로 작전이 종료가 됐지만, 해병은 임 전 사단장이 현장 방문 후에 작전 지속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취지의 통화”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에게 통제권이 없어 명령을 내린 바가 없다고 하지만, 작전 지속명령을 스스로 내렸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중령 측은 전날 공개한 진술서에서도 사고 전날인 지난해 7월18일 많은 비로 작전 중단을 건의했지만 사단장이 거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이 중령 측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이날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 “작전통제권자 중 한 명인 여단장에게 수색 계속을 명령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18일 작전종료 시점과 관련해 여단장이 마침 함께 위치하고 있던 본인에게 의견을 구했고, 이에 본인의 의견을 제시했다”며 “예하부대 등 전체 상황을 고려한 상황 평가 이후 여단장이 작전통제권자인 육군50사단장에게 건의해 승인을 받아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임 전 사단장은 당시 자신에게 현장을 통제할 권한도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임 전 사단장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국방부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이번 작전에서 작전통제부대는 육군50사단”이라며 “작전 실시간에 발생하거나 식별되는 각종 우발상황 등 변화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특정 작전 임무와 과업을 부여할 권한을 갖고 있는 작전통제부대장인 육군50사단장과 현장 부대장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이 부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