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까지 ‘0교시’ 수업… 일제고사로 교육현장 파행

김보미 기자

1학기에만 모의고사 10회

야간엔 커튼 치고 자율학습

충남 태안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김지영양(가명)은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기가 싫다. 밤 늦게까지 다음주 치르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대비 야간자율학습(야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영이의 하루는 오전 8시30분까지 등교해 문제풀이로 ‘0교시’ 수업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라면으로 이른 저녁을 먹는다. 잠시 쉬고 난 뒤 5시20분부터 1시간 동안 또 문제풀이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업 후 8시30분까지는 야자 시간이다. 평가를 대비해 지난 5월부터 야자가 생겼다. 시험이 다가오자 주말도 짧아졌다. 학교 가는 토요일에는 오후 4시30분까지, ‘놀토’에도 등교해 낮 12시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

오는 13~14일 실시되는 2010학년도 일제고사를 일주일 앞둔 일선 교육현장의 파행 운영이 도를 넘고 있다.

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332개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침 시간의 문제풀이식 자습이 4월 말 31%에서 6월 말에는 45%로 급증했다.

충북 괴산의 ㅁ초교는 지난 겨울방학부터 올해 6학년이 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제풀이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10월에 일제고사가 치러져 당시 6학년들은 여름방학을 1주일만 보내고 전원이 매일 4시간씩 문제풀이를 했다.

경기 부천의 ㅂ초교도 한 달 전부터 오후 6시 이후까지 야자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문제가 될까봐 학교 측에서는 커튼을 친 채 수업을 하고 있다.

전교조 조사에 따르면 전체 6학년 중 9%가 오후 7시 이후에 집에 돌아가고, 오후 8시 이후에 하교하는 학생도 5%에 달했다. 또 초교 중 54%는 6월에 이미 정규 수업 진도를 마치고, 이후 주당 3.8시간을 문제풀이에 할애하고 있었다. 충북 옥천 ㅇ초교는 문제풀이에 주당 30시간이나 쏟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선 학교들이 시험 준비에만 몰두한 탓에 6학년은 예·체능 수업과 학교 행사에서 거의 배제된 상태다.

경북 영주 ㅇ초교는 매년 열리는 줄넘기·육상 대회와 발명·다문화 체험학습에서 6학년을 제외했다. 대전 ㅅ초교는 이번 학기 6학년의 예·체능 관련 과목 지도를 전혀 하지 못했다.

시험 전까지 계속되는 모의고사도 수업 파행의 원인이다. 전남 진도 ㅇ초교는 1학기에만 교내 자체 모의고사를 10차례 치렀다.

전북 완주 ㅅ초교는 6월 한 달간 모의고사를 5차례 실시했다. ㅅ초교 교사는 “교육청에 모의고사 결과도 보고해야 했다”며 “교육청은 정규 수업시간에 지장없이 하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학교별 성적 공개로 점수를 올리기 위한 문제풀이 수업과 야간 보충수업 등 부분적으로 나타났던 수업 파행 사례가 일반화됐다”며 “표집시험 실시와 학생·학부모 선택권 보장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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