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 무조건 막겠다” 사태 키우는 교육부

남지원 기자

9월4일 재량휴업 고려하던 학교들

교육부 중징계 방침에 잇따라 철회

교사들 “당일 병가라도 쓰고 참여”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9.4. 불법 집단행동 관련 협조요청, 현장체험학습 차량 관련 대응상황 등’을 논의하는 전국시도교육감 영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9.4. 불법 집단행동 관련 협조요청, 현장체험학습 차량 관련 대응상황 등’을 논의하는 전국시도교육감 영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오는 9월4일에 일부 학교가 시행하려 했던 재량휴업과 교사 집단행동 등을 교육부가 무조건 막아서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이 되려 커지고 있다. 재량휴업이 철회되자 당일에 병가를 내서라도 동참하겠다는 교사들이 여전히 많은 데다, 연가·병가를 불허하겠다는 학교장과 교사의 갈등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9월4일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가 되는 날이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재량휴업을 논의하던 학교들이 교육부의 중징계 방침에 잇따라 이를 철회하자 일부 교사는 연가나 병가, 가족돌봄휴가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9월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아직도 갈팡질팡하는데 병가를 내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있다”며 “선생님들이 흔들려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교육부가 ‘교사 집단은 징계를 내린다고 하면 다 흩어진다’고 보고 더 쥐고 흔들려고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교육부의 중징계 방침이 학교 혼란을 더 키웠다고 보기도 한다. 상당수 초등학교가 학부모 의견수렴 등을 거쳐 9월4일 재량휴업을 결정하고 대신 다른 재량휴업일이나 방학을 줄이려 했는데, 교육부가 이를 틀어막으면서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담임교사의 부재’를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9월4일 교사의 연가나 병가도 우회파업으로 보고 중징계 등 엄정대응하겠다고 하자,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0일 “그냥 당일에 아프다고 하고 출근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B교사는 “(9월4일)학교 차원의 돌봄 대책을 세우거나 담임교사가 미리 설명해주고 자리를 비울 수 있었는데 교육부가 이를 막음으로써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가·병가 승인 여부를 둘러싸고 교장과 교사가 갈등을 빚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지역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C교사는 “교장이 재량휴업도 안 되고 연가·병가도 승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며 “교장이 ‘선배로서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솔직히 화만 났다”고 말했다. B교사는 “교육공동체가 가장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교육부가 교장과 교사들을 싸움으로 몰아넣은 셈”이라며 “교육공동체 회복을 막는 것이 교사들인지 징계를 남발하겠다는 교육부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해다.

일부 학부모들은 9월4일에 학교장 허가 체험학습을 사용해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30일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체험학습 계획 란에 ‘공교육 멈춤의 날 참여’를 기재한 교외체험학습 신청서 양식이 다수 공유됐다. 한 학부모는 지역 커뮤니티에 “엄마와 함께 ‘공교육 멈춤의 날’ 의미에 대해 생각하자고 쓴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내자 선생님께서 감사하다는 연락을 주셨다”며 “다수 학부모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교육부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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