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PC방도 안되는데 카지노는 된다?…입점 저지 나선 청주시민들

이삭 기자
카지노 입점이 예정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 앞에서 장동석씨가 지난 19일 입점 저지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삭 기자

카지노 입점이 예정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 앞에서 장동석씨가 지난 19일 입점 저지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삭 기자

충북 청주 도심 한복판에 카지노 입점이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입점 예정지가 PC방 영업조차 제한되는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있지만, 카지노는 관련법 상 영업 제한 대상이 아니어서 교육당국도 난감한 입장이다.

24일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 앞에는 ‘학교 근교 카지노 입점 절대 반대’라고 쓰인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호텔 정문 앞 도로에 세워진 게양대 수십 곳에도서도 비슷한 문구가 적힌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인근에 사는 주민 장동석씨는 지난 19일 이곳에서 ‘청정교육 도시에 카지노가 웬말이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위 시위를 했다. 장씨의 아들과 딸은 카지노 입점 예정 호텔에서 각각 50여m와 250여m 떨어진 신흥고와 주성중에 다닌다.

장씨는 “지난 2월 카지노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학교와 도로 하나를 둔 호텔에 사행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뜬소문인 줄 알았는데 외국인 카지노가 실제로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더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시작된 건 강원지역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을 해 온 A업체가 최근 이전을 위해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과 호텔 2층 2500㎡에 대한 3년 간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주민들이 카지노 입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 지역의 특수한 교육 환경 때문이다. 호텔 반경 600m 내 모두 7개 유·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고, 학생수만 5453명에 이른다. 주민들은 자녀들의 교육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난달 20일 ‘카지노 입점 반대 범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결성했다.

카지노 입점이 예정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 앞에 24일 입점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있다. 이삭 기자

카지노 입점이 예정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 앞에 24일 입점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펼침막이 걸려있다. 이삭 기자

문제는 카지노 입점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환경보호법 상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범위 안에서는 PC방 등 게임제공업과 사행 행위, 오염물질 배출시설, 도축업, 유흥시설 등 30개 업종의 영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카지노는 위락시설로 분류돼 영업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미 외국인 카지노 영업 허가를 받은 A업체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전 허가만 얻으면 아무 규제 없이 호텔에 입점해 영업을 할 수 있다.

우재명 충북교육청 보건팀장은 “사행성이 높지 않은 PC방도 영업이 제한되는데 관광진흥법 적용을 받는 카지노업은 사행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인근 학교들도 카지노 입점을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주민 서명 운동을 통해 이전 허가권을 가진 문체부를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23일 기준 목표치인 2000명을 훌쩍 넘긴 5600여명이 참여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호텔에는 객실 외에 영화관과 대형마트 등 가족 단위 이용 시설도 있다. 카지노 영업장소로 부적합하다”며 “문체부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상황을 파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카지노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라면서도 “달리 할 말이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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