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된 인권’ 정신병원

1. 짓밟히는 ‘뻐꾸기’들

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다. 하지만 일부 정신병원은 치료기관이 아니었다. 환자 통제를 위한 자물쇠와 잠금장치가 치료제를 대신한다. 또 병실 구석에 매달린 감시카메라는 의료진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주 전남의 한 정신병원. 정신질환자들이 수용된 폐쇄병동으로 통하는 철문에는 3중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폐쇄병동 안 병실로 들어서는 입구도 마찬가지. 밖에서만 열 수 있도록 2중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 병원 관계자는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병실은 땀과 음식 냄새가 섞여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찜통더위 속에서도 가동되지 않았다. 대신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환자들은 창가에 몰린 채 드러누워 있었다. 창가는 병실 내 최고 명당자리로 통한다. 시원하고 바깥 세상을 내다볼 수 있어서다.

어떤 방에는 손발과 머리가 묶인 10대가 누워 있었다. 자해 위험 때문에 묶어 놨다고 했다. 소년의 양팔은 침대 난간에 꽁꽁 묶였다. 머리와 다리도 각각 위 아래 침대 철 난간에 묶여 있었다. 같은 방의 환자는 “병원에서 하루종일 이렇게 묶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소년이 있는 곳은 ‘보호실’. 세상과 소통하는 끈은 아무 곳에도 없다. 별다른 치료도 없다고 했다. 사지를 묶어 놓은 하얀 끈이 유일한 치료제다.

이 병원의 적정 수용환자 인원은 120명. 그러나 실제는 300명 넘게 있었다. 이러다보니 환자들은 침대에서 자질 못한다. 맨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취침하고 있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27, 28일 전남의 한 정신병원을 방문,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와 조사관 취재를 토대로 당시 현장을 재구성한 것이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 집단생활시설의 인권 사각지대를 고발하는 기획의 일환으로 정신병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6일 “정신병자를 뜻하는 이른바 ‘뻐꾸기’들에게는 치료뿐 아니라 최소한의 인권보장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침해구제3팀 백선익 조사관은 “병원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감시카메라를 달아놨는데 화장실에서 용변보는 모습까지 촬영이 가능한 장소에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 재활을 위한 각종 치료 프로그램도 허술했다. ‘그림치료’는 간단한 그림 그리기였고, ‘음악치료’는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이었다. 사회적응을 돕기 위한 외출이나 산책은 말 잘 듣는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제공되는 ‘포상’ 개념으로 활용됐다.

치료 명목으로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입원 전 건축 공사장에서 일했다는 나모씨(49)는 “밖에서는 일당 8만원짜리 일인데 요양원에서는 하루 3,000원만 주고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병원의 열악한 치료실태가 외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서신 검열과 전화 통제는 물론 수시로 몸수색도 이뤄진다. 교도소 감방 못지않다.

이 병원 300여명 환자를 돌보려면 최소 5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2명뿐이었다. 그나마 의사 얼굴은 보기 힘들다. 환자들에게 의사는 병동에 ‘일’이 생기면 가끔 오는 존재로 각인돼 있었다.

〈조현철·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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