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된 인권’ 정신병원

환자가족 치료비·주위편견 ‘이중고’

정신질환자의 보호자들은 버거운 경제적 부담과 냉랭한 사회적 편견이라는 이중고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아들(37)을 둔 김모씨(66·여)는 10일 지난 20여년의 생활에 대해 “뼈가 다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의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김씨 아들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모에게 자꾸만 용돈을 요구하고 과격한 언행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정신질환임을 알게 된 것은 수년이 지난 후.

“지식이 부족해서 아들의 병을 키웠다. 일찍 알아챘더라면 우리 아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을텐데….” 김씨는 말꼬리를 흐렸다.

아들의 치료를 위해 약값을 대느라 애초 넉넉지 않았던 김씨의 가계는 휘청댔다. 병의 뿌리를 뽑아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2년간 아들을 입원시켰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김씨는 “석달 이상 입원시키면 안 좋다는데, 의사도 퇴원하란 말이 없고 해서 치료가 덜 됐나하고 기다리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웃과 친척, 친구들로부터도 자연히 멀어졌다.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쏟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데다, 아들을 ‘무서운 사람’ 또는 마냥 ‘불쌍한 불구자’ 취급하면서 피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들이 상처받는 것도 싫었다. 같은 처지의 다른 보호자들과 모임을 통해 서로 의지하며 견뎌내는 편이 훨씬 나았다.

김씨는 “하루라도 젊게 살아서 아들을 오래오래 키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악물고 살아왔다”며 “내가 늙어서 세상을 떠나더라도 아들이 혼자서 잘 생활할 수 있기만을 소원한다”고 말했다.

정신보건가족협회 이상영 사무처장은 “정신질환자를 ‘흉기’로, 정신병원을 ‘혐오시설’로 간주하는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이 보호자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며 “이들도 소중한 이웃으로 인식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처장은 “치료 비용을 대다가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처장은 정신질환자를 병원에서 퇴원시킨 후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그룹홈과 전용복지관에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활을 도울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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