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행동에 화날 때? 일단 6초만 참으세요…그 후에 대화를”

최희진 기자

학대 않는 좋은 부모 되기…건강가정지원센터 ‘부모 교육’

좋은 부모 되기 위해서라면… 지난달 30일 서울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자녀를 위한 사랑의 대화기술’ 강좌에서 영·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와 예비부모, 조부모들이 문형욱 강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좋은 부모 되기 위해서라면… 지난달 30일 서울 강북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자녀를 위한 사랑의 대화기술’ 강좌에서 영·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와 예비부모, 조부모들이 문형욱 강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17개 시·도 151개 센터서 시행
아동학대 가해자의 80%가 부모
정부, 생애주기별 부모교육 강화

“경각심 갖고 노력하게 됐다”
프로그램 참가자들 좋은 평가
야간·주말·아버지 교육도

“아이의 행동이나 실수 때문에 분노가 끓어오를 때는 입을 열면 안 돼요. 화를 가라앉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라고 했죠?” “6초요.” “맞아요. 마음속으로 여섯까지만 세면 분노가 줄어요. 그럼 그때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서울 수유동 ‘강북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강의실에선 만삭의 임신부와 젖먹이를 안은 초보 엄마, 손주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짬을 낸 중년 여성 등 30여명이 ‘열공’ 중이었다. 이날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부모 교육 프로그램인 ‘자녀를 위한 사랑의 대화 기술’ 세 번째 강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곳에 모인 여성들은 ‘더 좋은 엄마’ ‘더 좋은 할머니’가 되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이다.

“물을 쏟았으면 닦아야지! 너는 누구를 닮아서 이 모양이냐.” 강의를 맡은 문형욱 지디패밀리 대표가 어린 자녀를 혼내는 엄마의 모습을 연기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문 대표는 “아이는 부모의 말뿐만 아니라 표정·기분 같은 비(非)언어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며 “아이를 잘 양육하려면 부모가 행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대 가해자 33%, 양육 지식 부족

건강가정지원법에 근거해 설립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가족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해결하기 위해 가족 교육과 가족 상담사업 등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전국 17개 시·도에 151개 센터가 설치돼 있다.

센터의 부모 교육 참가자는 2013년 15만4600명, 2014년 15만5968명, 지난해 18만374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잔혹하게 폭행하고 살해한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부모 교육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주요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는 생애주기별 부모 교육을 강화한다는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확정했다. 앞으로 초·중·고 교과과정과 대학 교양과목, 군대 정훈교육에 부모 교육 내용을 반영하고, 신혼부부와 산후조리원 이용자, 산부인과 검진자들에게 부모 교육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부모 교육의 필요성은 통계로 확인된다. 우선 아동학대 가해자의 약 80%가 부모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녀 양육에 서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4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특성 1위는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1만76건, 33.1%)이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가 자녀 양육 방법과 지식이 부족할 경우 이것이 학대에 관한 인식의 결여로 이어져 자녀를 학대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아이 행동에 화날 때? 일단 6초만 참으세요…그 후에 대화를”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부모 교육 참가자들은 교육 효과에 대해 “하루아침에 양육 태도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노력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위해 외손주 2명을 돌보고 있다는 김형님씨(57)는 “손주들이 아무리 예쁘고 귀해도 말을 안 들을 때는 욱하게 된다”며 “그럴 때마다 강의 내용을 떠올리고 아이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아이를 말로 혼낼 때 그것도 언어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면 좋겠다”고 했다.

둘째 아이의 출산 예정일을 한 달 남겨뒀다는 김모씨(27)는 “보건소에 들렀다가 부모 교육이란 게 있다는 안내를 받고 강의를 신청했다”며 “임신하기 전에 이런 교육을 받았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교육은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생애주기별로 예비부부와 신혼부부를 위한 프로그램, 영·유아기 자녀 양육 교육, 아동·청소년기 자녀를 둔 가족 교육이 있고, 남성들만 참여하는 아버지 교육도 있다. 지역마다 프로그램은 다르다. 대표전화 1577-9337로 걸면 가장 가까운 곳으로 연결되고, 인터넷의 건강가정지원센터 홈페이지(www.familynet.or.kr)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을 검색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야간·주말 교육 프로그램은 151개 센터 중 78곳에만 개설돼 있다. 센터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들의 교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들과 연계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