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힘겨운 ‘기본권 보장’ 대 ‘방역 강화’ 균형 잡기

이호준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 무산 뒤

방역 정책의 신뢰도 하락

방역패스로 갈등·혼란 가중

“더 섬세한 정책 설계를” 지적

‘공동체의 안전’과 ‘개인의 기본권 보장’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도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전염병 대유행으로 정부 주도의 방역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도록 더욱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초기 때부터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 등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거셌던 서구권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강력한 거리 두기 조치에 따른 각종 피해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정부 통제에 순응·협조하며 확산세를 줄여갔다. 정부 스스로 ‘K방역’이라 홍보할 정도로 ‘방역 우수 국가’ 대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성인 대부분이 2차 접종을 완료한 뒤에도 돌파감염이 이어지고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구상이 무산되면서 방역정책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갔다. 부랴부랴 백신 추가접종을 강조하고, ‘청소년 방역패스’라는 이름으로 13~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까지 강하게 권고했지만 이에 반발한 파열음만 더 커졌다. 학생, 학부모 단체를 시작으로 ‘방역패스’의 위법 가능성을 따지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지난 4일과 14일 법원 판단에 따라 정부의 방역패스 적용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재판부는 정부가 방역패스 조치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공익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행복추구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 헌법 조항들을 들어 방역패스 적용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처분”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부득이 방역패스를 도입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해 미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운용돼야 한다”고도 했다. 필요성은 인정하되 방역패스를 통해 기본권을 무한대로 제한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다른 재판부에서는 방역패스를 무효화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는 등 사법부 내에서도 통일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갈등이 진행형이다. 세계 테니스 랭킹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백신 미접종 사실이 확인되며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 출전하지 못하고 호주에서 추방됐다. 조코비치가 백신을 맞지 않는 한 오는 5월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프랑스 의회가 백신 미접종자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백신패스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 의회도 이 과정에서 백신패스 적용대상을 당초 12세 이상에서 16세 이상으로 수정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시한 ‘대기업 직원 백신 의무화’를 법원이 무효화시켰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은 직업안전보건청(OSHA)이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 종사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조처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직업안전보건청은 과거 이런 강제 명령을 내린 적이 없었다”며 “의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요한 법을 제정했지만 직업안전보건청이 공표한 것과 유사한 조처의 제정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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