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30만명 미만” 이번엔 맞을까···정부 예측, 자꾸 빗나가는 이유

허남설 기자
지난 28일 오전 서울역광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오전 서울역광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유행 국면에서 내놓는 확진자 수 예측이 계속 빗나가고 있다. 유행 정점 예측은 거리두기 완화 등 방역 조치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데, 당국의 예측이 자꾸 어긋나면서 정책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엔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가 예측 실패를 자초하는 형국이다. 또 예측에 대한 접근법이 ‘숲(장기적 추세)’이 아닌 ‘나무(확진자 수)’에 집중하는 것으로 변질된 데는 당국의 소통방식도 한몫 한 측면이 있다.

2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지난 2월 이후 발표한 유행 예측 결과를 보면, 실제 발생한 확진자 수는 수 만명에서 10만명 이상 많았다.

지난달 21일 방대본은 이틀 뒤인 23일 13만명 이상 발생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4만명 이상 많은 17만명이 나왔다. 이어 28일엔 대선일인 3월9일 23만명 이상 발생을 예측했지만, 실제 확진자는 34만명에 달했다. 3월 들어선 정점 시기를 발표하며 16~22일 하루 평균 31.6만~37.2만명을 예상했지만 38.7만명으로 소폭 어긋났다. 정점 규모도 실제로는 하루 평균 40만명을 넘었다. 이 같은 예측 실패는 거리두기 완화 등 방역 정책이 무엇을 근거로 집행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우선 빈번한 예측 실패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오미크론 유행 이후 거리두기, 진단검사, 격리지침 등 정책 변경이 잦았는데, 특정 시점 예측치를 발표해 놓고 그 시점이 되기 전에 정책을 바꿔 스스로 변수를 만든 것이다. 가령, 2월28일에 3월9일 예측치를 발표하고는 3월1일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3월5일 식당·카페 영업시간 1시간 연장 등 완화 조치를 취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예측과 실제는 11만명이나 차이났다. 다른 예측 실패 과정에서도 ‘예측 발표→정책 변경→예측 실패’ 패턴이 나타난다.

방역당국은 지난 28일에도 ‘4월6일 이전 30만명 미만’ 예측을 발표했지만, 정부는 이미 4월3일 이후 적용할 거리두기 완화를 검토 중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일시에 거리두기를 해제하면 유행이 증폭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점진적으로 완화 중”이라며 부분 완화에 무게를 실었다. 31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를 거쳐 이르면 4월1일 개편안을 발표한 전망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34만7554명으로 1주일 전인 지난 22일 35만3911명에서 6000명가량 줄었다. 열흘 전 하루 평균 40만명 이상 정점에서 완만하게 감소 중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확진자 수 예측치와 실제 발생한 확진자 수, 주요 방역정책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예측치는 발표일이 아닌 분석일 기준). 허남설 기자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확진자 수 예측치와 실제 발생한 확진자 수, 주요 방역정책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예측치는 발표일이 아닌 분석일 기준). 허남설 기자

다만 확진자 수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서 ‘유행 예측이 실패했다’고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반론이 있다. 거리두기 변경처럼 눈에 보이는 변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전파력이 더 커진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스텔스 오미크론)’ 영향이나 대선을 앞두고 일어나는 이동량 변화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또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기피하는 감염자는 단 한 명일지라도 바이러스를 일파만파 퍼뜨리는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질병관리청과 다수 감염병 분석 작업을 해온 김찬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은 “나이, 가족 관계, 주소, 이동 패턴 같은 특징을 설정한 가상의 인간 5000만명을 당구공처럼 돌아다니게 만들어 놓고는 어떤 양상이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당구공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전체 판을 흔들 수도 있다. 당연히 예기치 못한 요소들이 엄청 많다”고 말했다. 애초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유행 분석을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게 김 연구원의 견해다. 그는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 어떤 정책을 써야 하느냐, 이게 시뮬레이션의 목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행 예측에 관한 정부의 대국민 소통은 ‘며칠에 확진자 수가 몇 명이냐’는 문답으로 그 의미가 좁혀진 상황이다. 오미크론 확산 초기 “3만명 정도에서 피크(정점)를 칠 것”(1월25일 김부겸 국무총리)이란 정부 발표가 현실과 크게 어긋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유행 양상을 설명하고 필요한 방역 정책에 관한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여론 달래기’ 목적으로 활용하는 데 급급했던 탓이 크다. ‘양치기 소년의 소통법’이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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