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공약 ‘장애인 개인예산제’…장애인 단체 “인프라 확충돼야 제 기능”

윤기은 기자

현금·바우처 지급해 복지서비스 골라 이용…선택권 높아져

콜택시 등 이용 늘 듯…인프라 부족 땐 ‘서비스 쏠림’ 우려

지난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처음 장애인의날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적인 장애인 복지 정책은 ‘장애인 개인예산제’(개인예산제)이다. 장애인에게 현금이나 바우처를 지급해 자신이 원하는 복지서비스를 골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인데, 서비스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의 인프라를 먼저 확충하지 않으면 도리어 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 1월 호주, 독일, 영국 등에서 시행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을 공약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같은 당 이종성 의원이 주최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개인예산제 도입이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법안과 예산 심사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 18일 토론회에서 개인예산제를 현실에서 잘 운영하려면 정부 산하에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장애인위원회는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예산 계획을 중앙에서 조정하는 기구이다.

개인예산제는 장애인별로 각자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장애인은 의료비 지원, 활동지원사 지원, 생계수당 등 각 분야에서 받은 보조금 혹은 바우처(이용권)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또 장애인이 지원금을 받으려면 항목별로 각각 다른 관공서에 신청해야 한다. 지원 대상 여부나 신청 방법을 모르는 장애인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한 번 신청하면 모든 복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개인예산제가 도입되면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

하지만 국내 여건에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은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19일 “한국의 장애인 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0.5%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장애인 복지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예산제를 도입하면 장애인의 선택권이 넓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사, 장애인 콜택시 등은 수요에 비해 지원이 부족한데, 개인예산제를 도입하면 인기 많은 일부 분야에 이용자가 몰릴 수 있다. 문제는 이들 서비스에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수급 불일치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고 장애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려면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예산제 도입 시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가 ‘돈벌이 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 서비스 지원 기관이 영리를 추구하며 서비스 가격을 올리거나 서비스 질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가 공적체계로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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