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벽 헐고…‘작지만 큰 길’ 냅니다

이삭 기자

청주 혜원학교·금천고

‘혜금길’ 열던 날

최선미 청주혜원학교 학생회장과 이송윤 금천고 학생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1일 혜금길 현판을 보이고 있다. 충북도교육청 제공

최선미 청주혜원학교 학생회장과 이송윤 금천고 학생회장(왼쪽부터)이 지난 11일 혜금길 현판을 보이고 있다. 충북도교육청 제공

울타리 하나 사이…‘34년 이웃’
김명철 금천고 교장의 오랜 숙원
지난해 TF 구성 본격 교류 논의

“통합 교육과 창의적 체험활동
서로 보듬고 성장하는 계기로”

“특수학교는 혐오시설이 아닙니다. 일반 학교와 특수학교가 서로 가진 장점으로 보완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장애 학생들과 비장애 학생들은 교류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김명철 충북 청주 금천고등학교 교장은 19일 ‘혜금길’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혜금길은 공립 특수학교인 청주 혜원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인 금천고가 통하는 길이라는 의미에서 두 학교의 앞 글자를 따 지었다.

혜원학교와 금천고는 지난 34년간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었지만 이렇다할 교류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울타리를 일부 허물어 통로를 내 혜금길을 만들면서 ‘이웃’이 됐다.

금천고 운동장 인근 쉼터에서는 19일 오전 ‘장애인식 개선의날’ 행사가 한창이었다.

행사 진행은 혜원학교 학생들이 맡았다. 금천고 학생들을 기다리는 혜원학교 학생 16명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것도 잠시. 점심식사를 마친 금천고 학생들이 쉼터를 찾아오자 반갑게 인사하며 과자가 담긴 작은 봉지를 건넸다.

혜원학교 전공과 2학년 박선영씨(21·지적장애)는 “학교에서 2시간 동안 인사하는 법을 연습했다”며 “금천고 학생들이 반갑게 인사를 받아줘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박은미 혜원학교 교무부장은 “지적장애 학생들은 비장애인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어렵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혜원학교 학생들이 비장애인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천고 학생들도 혜원학교 학생들을 진심으로 반겼다. 편예림양(19)은 “혜원학교 친구들을 만나보니 (우리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반갑다”고 말했다. 송지연양(19)도 “그동안 혜원학교 학생들을 만나볼 기회가 없었는데,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혜원학교와 금천고는 이곳에 자리잡은 지 34년이 됐다. 혜원학교는 1980년 개교했지만 1988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으며, 같은 시기에 금천고가 개교했다.

오랜 시간 둘러쳐져 있던 두 학교의 울타리가 허물어진 것은 김 교장의 노력 덕분이다.

김 교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며 “25년 전 금천고에서 평교사로 재직할 당시에도 울타리를 허물자는 의견을 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교장으로 부임한 뒤 혜원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나 교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들의 교류는 훗날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김 교장의 생각이다. 두 학교는 지난해 한학기 동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교류와 공동 교육과정 등을 논의했다. 혜금길은 이 논의의 첫번째 결과물이다.

금천고는 20일 혜원학교 학생들을 초대해 커피 등을 나눠주는 시간을 갖는다. 금천고와 혜원학교는 장애 이해 통합 교육과 창의적 체험활동, 공동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김 교장은 “두 학교 학생들이 혜금길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보듬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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