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동의 없어도 선제 개입한다···4일부터 개정 자살예방법 시행

민서영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이달 4일부터는 자살시도자와 자살사망 유가족 등 당사자의 동의가 없어도 경찰이나 소방이 자살예방센터로 이들을 연계를 시킬 수 있게 된다. 경찰·소방은 현장에서 자살시도자를 발견할 경우 개인정보를 지역 자살예방센터에 제공하고, 자살예방센터는 제공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위기상담과 정신과 치료 연계 등 전문적인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건복지부는 4일부터 개정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과 동법 시행령이 시행된다고 3일 밝혔다. 개정 자살예방법은 지난 2월 개정·공포돼 3월 입법예고를 거쳤다.

앞으로 경찰·소방은 자살시도자와 그 가족, 자살사망자의 유가족 등 고위험군을 발견할 경우 의무적으로 이들의 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이전에 서면 등을 통해 주소지 기준 자살예방센터에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살시도자 등 고위험군 대상 사후관리 서비스도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경찰·소방이 현장에서 자살시도자 등을 발견하더라도 즉각 자살예방 업무 수행기관과 연계해 전문적 지원을 제공하기 어려웠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발견된 자살시도자 약 6만명 중 정보 제공에 동의해 자살예방센터 등으로 연계된 사람은 6% 가량(약 3600명)에 그쳤다.

당사자 동의 없어도 선제 개입한다···4일부터 개정 자살예방법 시행

한국은 1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 한국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5.7명으로 OECD 평균(11.1명)의 2배가 넘는다. 2011년(31.7명)과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20명대 중반을 웃돈다. 가장 많은 자살원인은 ‘정신과적 문제’로 2020년 기준 자살사망자의 38.4%가 이에 해당한다.

개정법의 목적은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개입으로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자살예방센터 등 자살예방 업무 수행기관은 경찰·소방이 제공한 고위험군의 정보(성명,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를 바탕으로 자살 위험성 심층 조사를 실시한다. 또 치료비 지원, 위기상담서비스, 정신과 치료 연계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당사자가 개인정보 파기를 요구하는 경우 제공된 개인정보는 즉시 파기된다. 당사자의 요구에도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은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살시도자 등 정보제공 절차 안내 주요내용. 보건복지부 제공

자살시도자 등 정보제공 절차 안내 주요내용. 보건복지부 제공

복지부는 현장에서의 원활한 법 시행을 위해 경찰관, 119 구급대, 자살예방센터 등 현장종사자에게 ‘정보제공절차 안내서’를 배포할 계획이다. 안내서는 법 개정 후 경찰·소방·자살예방센터 등 관계기관과 논의를 거쳐 자살시도자 등의 발견·의뢰, 접수, 개입·사후관리 등 각 단계별 기관들의 역할과 준수사항을 담았다. 또 전국 자살예방센터 종사자와 경찰·소방인력에 온라인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자살예방센터를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조치 관련 법률 자문과 권역별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은영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힘든 시기를 겪는 분들이 선제적으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전국에 계신 경찰, 소방 관계자와 자살예방센터 등 실무자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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