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민 단장 "중증-난치성 질환 융합의료기기 개발 등 적극 지원합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

■연구개발부터 임상·인허가까지 전폭지원

■품목허가·특허·기술이전 등 다양한 성과

■정부, 긴 안목으로 의료기기 미래 설계를

“의료기기는 타 분야에 비해 연구개발부터 사업화 성과가 나오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초기 진단이 중요한 뇌경색이나 심부전 등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여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이 현재 사업단의 지원 아래 개발되고 있습니다.”

의료기기산업은 연구개발의 비중이 매우 높고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분류되며 국제적으로도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산업적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연구개발만 진행하는 경우 의료기기 연구개발지원사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은 자체 전문성뿐 아니라 국내 다양한 인프라 간 네트워킹을 활용하여 이러한 문제점들을 총괄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함으로써 연구개발의 결과물이 임상현장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법민 단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사진을 찍고 있다.

김법민 사업단장(56·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사진)은 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사업단에서는 인공지능 및 IoT(사물인터넷) 기술 등의 발달과 접목된, 다양한 미래 융합기술 기반의 의료기기 개발과제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환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하고 표준화하여 환자 개개인에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호흡기 질환, 치매 등 장애나 근감소증 등에 대해 재활치료·훈련기기가 초연결되어 환자의 병변 개선 및 진행 추이를 임상에서 확인하게 하는 프로그램 등도 개발한다.

사업단 이름에 들어간 전주기(全周期)는 ‘국가 연구개발 지원정책이 단순한 과제선정 및 과제진행 관리에 그치지 않고 기술개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개별 과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대비하도록 전문적이고 총괄적으로 지원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 단장은 “민간의 역할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거대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면서 “아직까지는 중소기업이 제조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개개의 역량이 결집되는 환경이 시급하게 만들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사업은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나요.

“우선 전체 사업은 4개의 내역사업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산업기반이 탄탄한 품목군은 명품화하고, 디지털헬스케어와 같은 미래산업군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과제를 지원하며, 복지차원에서 고령자 및 장애인,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미 개발된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지원, 그리고 이 모든 개발 사업들을 외부기관 네트워킹을 통해 임상현장까지 이끌어주는 지원사업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법민 단장이 제약바이오 대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재 나타난 성과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사업 개시 이래 국내외 품목허가 42건, SCI(E)급 국제학술지 논문 451건, 특허(출원 포함) 531건, 기술이전 17건(약 10억원의 기술료) 등의 성과가 생성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 1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 7개가 되는 등 성장 가능성 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내용 중 미래기술 융합 기반으로 병원-환자 또는 병원-병원 간 초연결을 통해 치료, 진단, 재활 의료서비스 수준 개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저희 사업단에서는 인공지능 및 IoT 기술 등의 발달과 접목된, 다양한 미래 융합기술 기반의 의료기기 개발과제를 지원합니다. IoMT(Internet of Medical Things) 기술을 이용하여 환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하고 표준화하여 환자 개개인에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초기 진단이 중요한 뇌경색이나 심부전 등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여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이 현재 사업단의 지원 아래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호흡기 질환, 치매 등 장애나 근감소증 등에 대해 재활치료·훈련기기가 초연결되어 환자의 병변 개선 및 진행 추이를 임상에서 확인하게 하는 프로그램 등도 개발 중입니다.”

대한병원협회와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김법민 단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구축 관련, 사업단의 역할과 비전은.

“디지털헬스케어는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와 관련되어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기존 의료기기들이 스마트해지고 새로운 산업군 또는 품목군도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업단은 AI 분석 의료기기, 디지털치료기기, 비대면 진료를 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 다양한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과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각 과제에 대한 개별 지원뿐 아니라 그 최종 산출물들이 산업화될 수 있도록 플랫폼 기업들과의 연계 체계를 갖추는 데도 심혈을 기울입니다.”

―현재 국내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에 저해가 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의료기기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품목군인 까닭에 시장이 매우 보수적이고 규제도 까다롭습니다. 따라서 디지털헬스케어기기 등 새롭게 개발되는 의료기기가 임상현장까지 진출하기는 어느 나라의 경우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전세계적인 공통의 고민거리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전향적인 정책들을 속속 현실화시키고 있는 단계입니다. 의료기기산업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부처를 포함한 공공영역에서 최근 매우 진지하게 업계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전주기 연구개발사업의 발전을 위해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저희 사업단은 의료기기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체계적인 R&D지원의 필요성에 의해 기획되었지만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입니다. 사업 시작 이래 연구개발지원에 대한 전문성 제고와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한 차별화된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왔다고 자부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을 거치며 국가 단위의 보건 안보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바이오헬스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법민 단장.

―의료계 및 정부에 대한 단장님의 제언 및 조언이 필요해 보입니다.

“의료기기를 포함한 바이오헬스산업에서 병원 및 의료계의 역할은 생각보다 매우 큽니다. 국산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완성도가 글로벌 제품에 뒤떨어지지 않는 많은 제품들이 있으나 잘 몰라서, 혹은 기존의 관성 때문에 외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연구개발을 거쳐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성과물을 임상현장에 확산시키기까지 의료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의료기기산업 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봅니다. 다만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조금은 긴 안목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합니다.”

―단장님의 좌우명(생활신조)을 소개해 주십시오.

“후배들, 나아가서 후세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2016년부터 본 사업을 총괄기획위원장 자격으로 기획한 이유도 저의 제자들이 가고 싶어 할 만한 의료기기 기업들이 탄생하는데 기여하고자 했던 욕구 때문이었지요. 의공학을 하라고 교육시켰는데 정작 의료기기 기업으로 진출하는 학생들의 수가 매우 적은 상황을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것으로 믿습니다.”

김 단장은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국방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하다 2001년부터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공학부에서 교수 생활를 거쳐 2009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사업단장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수행(2024년 3월까지) 중이다.

*사진=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제공

김법민 단장 범부처의료기기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