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감 2023

‘쉼터 부족해서’…지난해 학대피해 아동 104명 거주지 밖 타지역 쉼터 이용

김향미 기자
아동학대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아동학대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지난해 학대피해를 입은 아동이 거주지가 속한 광역 시·도 밖에 있는 쉼터를 이용한 사례가 104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0월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일명 정인이 사건) 이후 정부가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목표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이용한 아동 935명 중 104명이 아동의 주민등록상 소재지(광역 시·도 기준) 외 쉼터에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쉼터 부족’을 호소한 사례들이 종종 알려졌지만 원거리 쉼터 이용 아동 현황을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학대피해 아동이 낯선 곳으로 이동하면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박영의 선임매니저는 “분리 보호 기간이 길어지면 아동이 전학을 해야 할 수도 있는데 ‘피해자’인 아동이 자신이 살던 곳이 아닌 곳에서 삶을 꾸려나가야 할 수도 있다”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선 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지원하는데 관할 지자체가 달라지면 아동 따로, 보호자 따로 이원화된 상담이 이뤄지면서 회복 지원에도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여아와 남아를 구분해 운영하기에 지자체에 여아 쉼터만 있으면 남아는 다른 지역 을 찾아야 한다. 장기체류 아동 등으로 사는 지역 내 쉼터 수용 인원이 다 차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사례도 있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쉼터 이용 아동 935명 중 퇴소한 422명의 9.7%(41명)는 1년 이상 쉼터에서 지냈다.

복지부는 2021년 8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방안’에서 당시 105곳인 학대피해아동쉼터를 2022년 140곳, 2025년 240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8월 기준 쉼터는 136곳으로 지난해 목표치에도 미달한다.

쉼터 설치·운영비는 국비 40%, 지자체 60% 비율로 담당한다. 지자체별로 예산이나 부동산 가격 등에 따라서 쉼터 설립 속도에 격차가 발생한다. 복지부는 올해 214억1000만원에서 내년 240억7400만원으로 쉼터 예산을 확대했다. 다만 내년도 ‘설치비’ 예산은 올해와 같다.

강 의원은 “쉼터 설치비 지원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정부의 쉼터 확대 속도가 매우 더디다. 그 결과로 현장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쉼터 확충을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 강화와 더불어 지역별 수요를 고려한 현실적인 쉼터 설치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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