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위헌 제청

“생계형은 인권 차원 합법화해야”

이효상 기자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경찰 재직 시절 성범죄 전문가였던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68)는 13일 성매매의 제한적인 합법화를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을 단속하는 것은 경찰력 낭비”라며 “그들은 단속을 당해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성매매를 또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같이 말하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종암경찰서장 재직 때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를 집중단속해 미성년자 성매매를 사회문제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처음 단속을 시작할 땐 “차라리 굶어죽지 왜 몸을 파느냐”며 성매매 여성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둘 사정을 알아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강자 한남대 객원교수가 13일 공창제 등 성매매의 제한적인 합법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김강자 한남대 객원교수가 13일 공창제 등 성매매의 제한적인 합법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 “아이와 굶어죽게 된 여성
아무리 단속해도 소용없어”

▲ 성매매 과정 착취 없도록
제한적 공창제 도입한 뒤
교육 등 자립 돕는 게 나아”

김 교수는 아이 셋을 키우며 성매매를 계속하는 여성을 알고 있다. 이 여성은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의 폭력을 못 견뎌 14살 때 가출했다. 공장에서 만난 20대 트럭 운전사와 함께 살게 됐고, 미성년일 때 세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남자는 도망갔고, 세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된 여성은 식당에 취직했다. 당시 그의 월수입은 70만원에 불과했다. 4식구가 살기에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때 2000만원을 빌려주고 아이도 돌봐주는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매매였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돼 단속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던 시기에도 김 교수는 집창촌에서 일하고 있던 이 여성과 연락을 유지했다.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초등학생 아이가 받았다. 아이는 “엄마는 회사 가서 아직 안 왔는데 밥통에 밥이 없어요”라고 했다. 김 교수는 “내가 생계비나 일자리를 줄 수도 없고, 국가가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단속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찰 때도 무조건적인 단속보다는 업주와의 협상을 선호했다. 그는 “ ‘내가 단속 안 할 테니까 내말 들어라’고 엄포를 놓은 다음 ‘화대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문 잠그지 말라’고 했다”며 “당시 나는 불법을 저지른 셈”이라고 했다.

그는 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한다. 정해진 지역에서만 성매매를 허용하고 그 외 지역에서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성매매 여성들이 언제까지고 집창촌에 머물지 않도록 교육 프로그램과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담 경찰 조직을 만들어 허용 지역 이외에서의 성매매를 철저히 단속하는 일이다.

김 교수는 종암경찰서장 재직 때 탈성매매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시도한 바 있다. 속옷 세탁도 세탁소에 맡길 만큼 경제관념이 없던 여성들에게 속옷은 꼭 손으로 빨 것을 주문했다. 저축을 유도해 10원의 소중함을 알려줬다. 이 프로그램으로 11명의 여성이 대입시험을 보는 등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프로그램을 더 확대하진 못했다.

그는 용돈벌이를 위해 성매매를 하는 이들과 생계를 위해 하는 여성들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창제를 도입할 때도 재산 기준을 정해 두 부류를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 교수가 성매매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성매매는 원칙적으로 근절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그러나 극심한 빈부격차 속에서 성매매 외에 길을 찾을 수 없는 여성들도 있다. 그들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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