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여객기 ‘공포의 착륙’
승객들 “기내 뿌옇게 변해 앞 안 보여…이렇게 죽나 싶었다”
체전 참가 학생 선수·지도자 65명 탑승…9명 과호흡 등 증상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큰 소리가 나더니 먼지 때문인지 비행기 안이 뿌옇게 변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탔다 상공 213m 높이에서 출입문이 열리는 아찔한 사고를 경험한 A씨(40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A씨는 제주에서 활동 중인 유도선수단 코치로,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 비행기에 탑승했던 제주지역 초·중·고교 선수단과 지도자 등 65명 중 한 명이다. A씨는 “같이 탄 아이들이 놀라 ‘걱정하지 말고 손잡이를 꽉 잡고 있으라’고 소리치며 아이들을 케어했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학생선수 8명과 지도자 1명은 과호흡 등의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모두 육상선수단으로 비행 중 개방된 탑승구와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다. 체육회와 제주교육청은 병원으로 이송된 선수들의 전국소년체전 참가 여부는 향후 치료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11시49분쯤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는 낮 12시45분쯤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출입문이 열렸다. 다른 승객 B씨(40대)는 당시를 ‘아비규환’이라고 표현했다. B씨는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엄청난 바람이 들이치더니 비행기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기압 차이 때문인지 고막이 찢어질 듯 아팠다.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좌측편 좌석 문이 열려 있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사고는 이 여객기에 타고 있던 C씨(33)가 출입문 비상구 레버를 잡아당기며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C씨를 긴급체포했다. 현재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C씨의 범행을 목격한 증언도 나왔다. 승객 D씨는 “어떤 남성(C씨)이 갑자기 출입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했다”며 “승무원들이 도와 달라고 외쳐 주변 남성들이 다 달라붙어서 그 남성을 제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가 알려지자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승객의 돌발행동이 자칫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여객기에는 19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직장인 이형욱씨(37)는 “비상문 레버가 있는 곳은 승무원이 안전관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일본으로 출국한다는 이은혜씨(40)는 “(이번 사고로) 한 명이 마음만 먹으면 대형참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며 “여행을 취소할까 고민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