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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항공사 파견근로자에 첫 불법파견 인정…줄소송 예고

이유진 기자

폭발물 처리요원 “공사가 업무 지휘” 근로자 확인 소송

“파견기간 2년 넘어 파견법 위반…직접고용하라” 승소

한국공항공사에서 2년 이상 일한 폭발물 처리요원에 대해 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직원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인 공항공사의 파견근로자에 대해 첫 불법파견 판결이 나온 것이어서 추가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지법 민사2부(재판장 서현석 부장판사)는 제주공항 폭발물 처리요원인 곽모씨(38)가 공항공사를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곽씨는 2008년 공항공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폭발물 처리요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용역업체가 4차례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근로계약이 승계됐다.

그러던 지난 1월 곽씨는 새로운 용역업체로부터 근로계약 승계를 거절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에 앞서 공항공사를 상대로 자신은 이미 공항공사 노동자이므로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그동안 자신에게 업무지시를 내린 사람이 용역업체가 아닌 공항공사이므로 파견근로자에 해당하고, 파견근로를 2년 이상 했으므로 고용해야만 한다는 주장이었다.

재판에서 공항공사 측은 “용역업체 직원인 곽씨에게 업무지시를 내린 것은 경비업법에 따라 허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직 인천국제공항 특수경비원들이 제기한 고용 요구 소송에서 “도급계약을 맺은 경우에도 특수한 업종에서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근로자를 일부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제주지법 재판부는 “곽씨가 담당한 폭발물 처리업무는 경비업법이 정한 특수경비업무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폭발물 처리요원이 공항공사에서 일하는 근거는 항공보안법으로 (직접 지휘가 가능한) 특수경비원과 경우가 다르다”며 곽씨는 파견근로자가 맞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폭발물 처리업무는 공항공사의 사업에 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이고, 곽씨가 공항공사 직원과 폭발물 처리반을 구성해 함께 교육·훈련을 받은 점, 공항공사 직원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는 등 지휘·감독을 받은 점에서 파견근로자”라며 “공항공사는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인 곽씨를 사용함으로써 파견법이 정한 파견기간을 위반했으므로 곽씨를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비정규직 비율은 68.4%(4074명)이다. 이 비율은 인천국제공항공사(85.6%·6932명)와 한국마사회(81.9%·3984명)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공사 소속 비정규직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처음”이라며 “공항공사에 산적한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도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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