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림청 직원들 퇴직 후 삼표산업으로···인허가 과정 역할했나

유선희 기자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 권도현 기자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 권도현 기자

지난달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의 토사 붕괴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한 가운데, 토석채취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산림청 직원들이 퇴직 후 삼표산업으로 재취업해 고문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 공무원이 삼표산업 고문으로 일한 시기에 이번 중대재해가 발생한 양주 채석장 일대가 ‘채석단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17일 경향신문이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산림청 감사담당관실에서 과장으로 일하던 박모씨는 2007년 3월12일 퇴직한 뒤 바로 다음날(13일) 삼표산업에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또 산림항공지원과 과장으로 근무한 백모씨는 2012년 6월30일 퇴직 후 같은해 9월20일 삼표산업 고문으로 이동했다. 2명의 산림청 퇴직 직원이 삼표산업에 재취업했던 것이다.

이중 박씨가 삼표산업 고문으로 일하던 시기는 산림청이 양주 채석장의 토석채취 허가기간을 연장(2009년 4월)하고, 해당 일대를 채석단지로 지정(2012년 7월)했을 때와 맞물린다. 박씨는 삼표산업 고문으로 2012년 8월까지 근무했다. 담당 영역은 ‘골재 부문’이었다.

삼표산업은 산림청에 최초 허가를 받은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총 네 차례 채석 면적을 늘려왔는데(15만3000여㎡→47만6000여㎡), 가장 많이 늘어난 시기는 기간이 연장됐던 2009년이다. 이 기간에만 당초 15만3000여㎡에서 33만6000여㎡로 2배 이상 채석 면적이 늘었다. 이후 2012년 산림청이 이곳을 채석단지로 지정하면서 39만7000여㎡로 더 늘어났고, 이후 2차례에 걸쳐 추가 확대됐다.

(▶관련기사 : [단독]15년간 토석채취 면적 3배 넘게 늘어난 양주 채석장···7개 기관 관여에도 안전 ‘사각지대’)

산림청이 입주한 정부대전청사 전경. 연합뉴스

산림청이 입주한 정부대전청사 전경. 연합뉴스

박씨가 삼표산업 고문 자리에서 물러난 뒤 백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만 백씨가 근무하던 때는 허가 관련 업무가 없었다. 백씨는 삼표산업 고문으로 1년2개월 정도 근무한 뒤 물러났다. 이들은 산림청 퇴직 당시 취업심사대상에 해당해 인사혁신처의 심사를 거쳐 재취업했다.

당시 적용된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면 취업이 제한된다. 두 사람은 퇴직 전 근무했던 부서나 그 이전 5년 동안에도 ‘허가과’에서 근무한 이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법적 기준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은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씨의 경우 감사담당관실에서 근무하기 전 한 지방청의 국유림관리소장으로 근무했다. 국유림관리소장은 국유림 관리소 총괄을 담당하는데, 여기에는 산지관리 허가 업무도 포함된다. 박씨는 산림청에서 퇴직하기 8개월 전 공로연수에 들어갔는데, 이때 취업심사를 받고 퇴직 바로 다음날 삼표산업으로 옮긴 데 대한 적절성 논란도 제기된다.

권영국 해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산림청에서 근무했다는 기존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채용이 부적절해 보이고, 감독기관인 ‘관’과 ‘기업’ 사이에 유착관계가 형성돼 부실감독 폐단이 발생할 여지가 대단히 높다”며 “더욱이 유예기간 없이 바로 취업한다는 것은 노골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전관의 문제는 재판과정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기업활동이나 인허가와 관련된 절차 문제에서도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그동안의 경험을 갖고 자문해줄 수 있겠느냐고 해 삼표산업 고문으로 가게 된 것이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고문으로 일하면서 총체적으로 산림 관련 법령에 대한 자문을 해줬고, 주로 숲가꾸기에 대한 자문이었지 허가와 관련한 자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백씨는 “허가 사항이 있을 때 산지 관련 법 조항이나 토석채취 업무에 대해서도 (삼표측에서) 도움을 얻기 위한 자리로 알고 갔다”면서 “그런데 제가 들어간 이후에는 양주사업소 허가권도 끝나 허가 관련 업무가 없어 아예 그 자리(고문)를 없앴다고 해 나왔다”고 했다.

삼표산업측은 두 사람이 고문으로 일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주로 법령 해석을 담당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산림청 퇴직 공무원들이 어떤 경위로 근무하게 됐는지까지 알기는 어렵다”고 했다. 산림청 퇴직 공무원 채용으로 인허가권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시간이 많이 지나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 수사에 충실히 응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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