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일부 해제…“다시 한번 대화 촉구”

이혜리 기자

오늘부로 3층 점거 농성 해제

CJ대한통운 “전면 퇴거 요구”

택배 노동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과 CJ대한통운의 대화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택배 노동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과 CJ대한통운의 대화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택배사 CJ대한통운의 본사 점거 농성을 해온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21일 일부 점거를 해제했다. 한 발 물러서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촉구한다는 취지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연 택배노동자대회에서 CJ대한통운 본사 3층의 점거 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마지막 대화의 기회를 다시 한 번 주기 위해 대승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며 “노조도 이 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3층 농성을 오늘부로 해제한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12일째 CJ대한통운 본사 1·3층 점거 농성을 벌여왔다. 인원으로 따지면 200여명 중 절반인 100여명이 점거 농성에서 빠지게 된다.

택배노조의 일부 점거 해제는 88개 종교·시민사회단체·정당 등이 모인 CJ택배 공동대책위원회가 이날 성명을 내고 “사회적 합의 정신을 되살려 다시금 대화의 장을 열어내고 현재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노·사·정에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공대위는 CJ대한통운에는 택배 노동자들의 대화 요구에 답해줄 것을, 정부·여당에는 대화 성사를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택배노조에도 “절박한 상황과 투쟁 강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하지만,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공대위는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배달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5만명의 택배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고,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사회적 합의의 주체들이 다시 모여 진심과 지혜를 모아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공대위는 CJ대한통운을 향해 “교섭이 아닌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대화 테이블에 참석해달라”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자신들이 택배노조와 단체교섭 해야 하는 사용자라는 데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대화를 거부해왔다.

택배노조는 공대위 제안을 받아들여 3층 점거 농성을 해제한다고 했다. 다만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1층 점거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부터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 단식’에 돌입한다. 롯데·한진·로젠택배 조합원들은 이날 하루 경고 파업을 하고 노동자대회에 참여했다.

CJ대한통운은 “회사가 정상적인 근무를 하기 위해 택배노조의 전면적인 즉각 퇴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가 3층에서 철수했지만 주출입구인 1층 로비 점거는 변동이 없어 전체 불법 점거 상태는 변함이 없다”며 “본사 로비 면적이나 건물 구조상 전면 퇴거가 없다면 불안에 떨고 있는 임직원들의 출입과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택배노조의 대화 촉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택배 노동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과 CJ대한통운의 대화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택배 노동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과 CJ대한통운의 대화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택배노조는 분류 인력 투입과 사회보험 가입을 위해 택배요금(170원)을 올린다는 게 사회적 합의 내용이었지만, CJ대한통운이 지난해 200원 이상의 택배요금을 올려놓고 상당 부분을 회사 이윤으로 확보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요금 인상분을 노동환경 개선에 제대로 사용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택배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는 56일째다.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에 참여했던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한국소비자연맹·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기구 참여 주체로서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중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사회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가 추가적으로 부담한 비용이 과연 사회적 합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정부가 점검·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입장을 내고 “택배노조의 파업과 불법적·폭력적 행위들은 국가 경제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국민과 소상공인들에게 큰 피해와 불편을 주고 있다”며 노조에 파업과 점거 중단을 요구했다. 노조에 속하지 않은 택배 노동자들이 모인 비노조택배연합은 CJ대한통운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택배노조 파업은 지속할 명분이 없다. 파업을 멈추고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업계는 택배사가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고, 대리점주가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로 돼있다. 택배사와 택배기사간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뭉치고 교섭을 요구해도 택배사가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원청 사용자로서 택배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지만,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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