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조 활동 비정규직 잇따라 재계약 거부…농성엔 고소 대응

이혜리 기자

쿠팡노조, 간부들 잇따른 재계약 거부에

6일째 본사 점거 농성…“교섭 나와라”

쿠팡 “성실히 교섭 중”이라며 형사고소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인천물류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재계약을 거부하면서 노조가 6일째 쿠팡 본사 건물 로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쿠팡이 노조를 탄압할 의도로 한 부당해고라며 반발하는데, 쿠팡이 또 다른 센터 노조의 비정규직 노동자 재계약도 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쿠팡은 모두 객관적인 업무 평가에 따른 조치라고 반박하면서 점거 농성을 주도한 노조 관계자들을 형사고소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달 26일 부천물류센터 노조(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부천신선센터분회)의 권경숙 조직부장에게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근로계약 종료를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인천물류센터의 정성용 분회장과 최효 부분회장에 이어 쿠팡에서 노조 간부의 재계약 거부 사례가 또 나타난 것이다.

권 조직부장은 부천신선센터에서 2년을 근무해 오는 7월 말이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다. 다른 센터에서도 이전에 1년4개월을 근무해 쿠팡에서만 3년4개월간 계약을 수 차례 연장하면서 일했다. 계약직 노동자이더라도 지속적으로 계약이 갱신돼왔다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노동자에게는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쿠팡은 “객관적인 근무평가 기준을 갖추고 있고 이 기준은 모든 직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근로계약 종료는) 업무 평가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노조 활동 여부는 근무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재계약 여부는 노조 활동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근무평가 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노조 쪽에선 재계약 거부된 이들이 업무를 소홀히 한 적이 없으며, 노조원을 표적으로 한 부당해고라고 비판하고 있다. 권 조직부장의 경우에는 노조 간부로서 지난 3월 유급 휴게시간 요구 서명운동을 통해 노동자 600여명 서명을 받은 뒤 회사에 직접 전달하고 전단지 배포, 리본달기 등 활동을 했다. 업무를 하면서 상급자로부터 특별히 지적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권 조직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을 못하거나 남들보다 현저히 속도가 늦으면 캡틴이 불러서 빨리 해달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며 “노조 활동을 위해 회사에서 시간을 주는 게 아니다보니 교육 참여 등 때문에 개인 휴가를 쓰고 출근을 못한 적은 있었다”고 했다. 노조 간부에 대한 잇따른 재계약 거부는 쿠팡 내에서의 노조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고용 유지에 대한 결정권이 회사에 있다보니 무기계약직 전환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노조 가입을 꺼린다거나, 노조 가입은 했어도 조합원 신분이 드러날까봐 조끼 착용이나 회의 참석을 어려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특히 이번 재계약 거부는 쿠팡과 노조의 단체교섭이 난항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정성용 분회장의 경우 노조 쪽 교섭위원 중 한 명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달 20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고,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지난해 12월 80개 조항이 담긴 요구안을, 지난 4월말 8개 조항으로 추린 핵심 요구안을 보냈지만 쿠팡이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핵심 요구안 내용은 폭염·혹한 때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냉난방 기구 설치, 유급 휴게시간 보장,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 구성, 노조 활동 보장 등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성실한 교섭과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후 쿠팡은 업무방해·건조물침입·퇴거불응 혐의로 노조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는 “노조의 점거 농성은 쟁의권을 획득한 상태에서 법이 보장하는 투쟁”이라며 “쿠팡 본사 건물에 입주한 단체에 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농성장 관리 운영에 만전을 기하는데도 불구하고 쿠팡이 고소를 통해 노동자의 기본권리인 단체행동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은 “회사가 교섭에 임하지 않고 있다는 노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근로자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으며 노조와 성실히 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냉난방 기구 설치와 유급 휴게시간 보장과 관련해서는 “각 사업장별 상황에 따라 이동식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꾸준히 확충하고 있으며, 얼음물 200만개 이상을 준비해뒀다”며 “폭염 상황에 따라 유급 휴게시간도 추가로 제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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